리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 감동을 뛰어넘는 뮤지컬
기사입력 2019.03.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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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1991년(중학교 2학년) 봤던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지금도 생각나는 드라마다. 장대한 서사와 영화 같은 영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채시라, 최재성, 박상원 등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그때까지 몰랐던 우리 근.현대사를 어느 정도 알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했다. 오늘 관람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배우들 피, 땀(이건 과장이 아니다)이 느껴지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아직까지 배우들 연기와 노래가 잊혀지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 역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좌익과 우익이 대립했던 미군정 혼란기, 끔찍하게 살해당한 민중들 恨이 서린 제주 4.3 사건, 우리 민족 최대 비극 6.25까지... 아픈 근.현대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래서 슬프다. 특히 위안부 나오는 장면은 무척 비극적이다.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 뻔뻔한 모습이 극과 겹쳐 보였다. 

 

투자 사기를 당해 공연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배우, 제작진 노력으로 다시 올려진 공연이라 더욱 특별해 보였다. 관객들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도록 한 나비석, 영상을 띄워 극 전개를 설명하고 배우들이 계속 이동해 집중도를 높인 점은 참신했다. 강렬하고 서정적인 음악도 좋았다. 다만 빠른 1막에 비해 2막이 중간 생략된 점이 아쉽다. 긴 서사를 150분에 맞추려다 보니 그런 듯한데 약간 설명을 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계속 칭찬하고 싶은 게 배우들 연기와 노래다. 김지현은 가녀린 여주인공 '윤여옥'에 딱 맞는 외모를 가져 그런지(원래 눈빛이 슬프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여옥'을 지켜주고 조용히 짝사랑하는 '장하림' 역 이경수 노래와 연기는 무척 뛰어났다. 이경수가 성량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최대치' 역 박민성도 잘했지만 이경수 노래와 연기는 극장 전체를 울렸다. '장하림' 역과 딱 맞는 연기와 노래였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칠 때 가슴이 뜨거웠다. 슬픈 우리 역사가 희망으로 승화되는 느낌이었다. 이념, 세대, 빈부 갈등이 심각한데 이 작품은 이걸 다 넘어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픈 우리 역사가 다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는 공연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오늘 '여명의 눈동자' 커튼콜에서 희망을 보았다. 우리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갈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  이 공연이 우리에게 주는 주제다. 

 

부디 이 작품이 한 번으로 끝나지 말고 계속 올려지길 바란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계속 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드라마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공연을 보길 권한다. 책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역사를 정면으로 만나는 느낌은 색다르다. 4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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