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새 정치의 희망은 비례대표제에서 발견된다

비례대표제의 올바른 시행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3.03.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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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여야 간 대치국면이 조성되어 신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식물국회’ 상태가 지속되었다. 집권당은 국정을 제대로 이끌 활로를 찾지 못했고 야당 역시 지난해의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지도력 위기를 맞으며 방황하고 있다.
 
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장시간 기능마비(deadlock) 현상을 일으킬까? 국회는 때로 날치기 통과가 나오기도 하고 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원들 간의 폭력적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수시로 나타나는 것일까?
 
국민들이 지극히 싫어하는 국회파행을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그런 파행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양 정당의 독점 혹은 담합체제가 보장되어 있어 국민들의 문책이 사실상 불가능한 선거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에 편파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국민들이 아무리 싫어해도 인기 없는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독점적 지위가 늘 보장되기 때문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만의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다. 다른 군소 정치세력들을 포함한 정당 간 경쟁이 사실상 사라진 구조이기 때문에 두 거대 정당들 간의 독점적인 시소게임을 즐기며 그들만의 정치를 하는 가운데 식물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정치를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독과점 구조 하에서 상대방 정당보다만 나쁘지 않게 국민들에게 인식되면(less evil game) 정치권의 패권이 보장된다고 확신하며 상대 정당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는 네거티브 정치에 매몰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번의 식물국회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만 하면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상대 정당만을 탓하며 장기간 국회를 파행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런 두 거대 정당간의 독점적 지위를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혁파하면 정당 간 보다 활기찬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대결을 펼치는 보다 민주적인 정치환경이 조성되며 정치발전이 이루어진다.
 
정치에서 거대 기득권 정당의 독점적인 담합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선거구제도라는 전근대적인 제도 때문이며 이를 바로 잡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비례대표제인데, 우리사회에서는 1963년도에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비례대표제가 처음 이식될 당시부터 권력자들에게 유리하게 왜곡되어져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왜곡된 비례대표제를 바로 잡아 선진국에서 하는 방식과 같게 개선하면 한국사회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날치기국회와 식물국회 현상 등 구태정치 현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며 정당 간 역동적인 경쟁이 나타나면서 국민의 민의에 보다 부합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전근대적인 소선거구제 방식은 한 선거구에서 오로지 한 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자로 선출하기에 승자전취제(winner-take-all system)기제가 발생하여 양당제가 만들려진다. 양당제는 사실상 양당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여 두 정당 사이의 독과점 정치가 발생해 정당경쟁의 역동성과 활성화를 저해하며 정치를 정체시킨다. 소선거구제에 의해 발생하는 많은 사표의 이면에서는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소수가 다수가 될 수 있고 또 다수가 소수로 전락할 수도 있는 제도인데, 거대 양당의 독점적, 담합적 지위가 보장되는 소선거구제는 이런 민주적 메카니즘을 근본적으로 고사시키는 것이다. 소수정치세력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사다리를 치워버린 것이 바로 소선거구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비활성화된 정치의 민주적 역동성(dynamics)을 살려주는 것이 바로 비례대표제의 원리이고 취지이기 때문에 비례대표제의 올바른 시행은 전근대적인, 절뚝거리는 민주주의를 현대화, 선진화하는 길이기도 하고 정당 간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하여 정직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례대표제의 종류에는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이극찬 저, ‘정치학’, 법문사, 2007, 424쪽) 계산 방식이 복잡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지지율(% of vote)과 국회 의석비율(% of seat)이 일치하도록 하는 제도로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며 정착된 제도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대체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는 민의가 국회의석에 정직하게 반영하기에 국민의 의사가 보다 정확히 국정에 반영되는 제도이다. 민의에 반하는 정치를 하는 정당은 소수정당으로 몰락하여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제도이기에 비례대표제가 올바르게 시행되면 지금과 같은 정치인들, 그들만의 정치는 있을 공간이 없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의 대선에서 복지확대에 대해서는 여야 간 모두 동의하여 국민적 합의(consensus)가 이루어진 셈인데, 하버드 대학의 알베트로 알레시나(Alberto Alesina) 교수와 에드워드 글레이져(Edward L. Glaeser) 교수가 공저하여 최근 국내 번역된 책에서 국가 복지와 비례대표제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알베트로 알레시나와 에드워드 글레이져 지음·전용범 옮김,‘(하버드 경제학자가 쓴) 복지국가의 정치학’, 생각의힘, 2012.)
 
한국사회의 왜곡된 비례대표제를 바로 잡아 올바르게 시행하게 되면 정당별 국회의석수의 양적인 변화와 함께 국회의원 구성원의 질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되고 국회 효율성과 역동성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정당 간 경쟁 양상에도 변화를 초래하고 권력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하기에 유권자들의 정당별 지지에서도 변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연쇄적 변화는 한국정치에 패러다임적 체질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기에 국가보안법의 철폐에 비유되는 큰 변화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19대 국회에서는 총의석 300석 중 54석(전체의석 중 18%에 해당)을 전국구로 배정하는 제한된 방식을 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50%로 확대하여, 남은 50%에서 지역구 의원이 선출되도록 하면 독일식의 혼합형 비례대표제(Mixed-member proportional system)처럼 되어 각 정당의 국회 내 의석이 정당의 지지율과 거의 정확히 비례하게 된다.
 
비례대표제를 정확히 실시하면 외형상 조그만 제도적 변화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국정치에 패러다임적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당은 내부 공천과정 정비 등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준비과정이 필요하기에 여야는 먼저 제도의 완전하고도 공정한 실시에 대해 합의하고 지금부터 20대 총선에 대해 정당차원에서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각 정당의 정치적 비중과 공천과정의 중요성이 커지지에 그에 대비하여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를 발전시킬 쇄신의 방향으로 비례대표제의 진실과 관련된 정치적 역동성을 설파하고 있는 신간 ‘참여정부와 가면무도회 정치’(유니더스정보개발원, 2012.12.17.)는 교보문고, YES24, 영풍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등 주요 서점의 매장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311쪽. 정가 10,000원.
[노우성 기자 cast2120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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