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자마』,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 "똑바로 볼 수 있게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 아티스트의 일"

기사입력 2021.07.30 16:32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독특한 개성과 비타협적 예술 세계, “라틴 아메리카의 테렌스 맬릭” ‘살타 삼부작’ 이후 9년만에 완성한 영화 '자마'」   

      

독창적이고 기묘한 대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최근 10년간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는 <자마(Zama)>가 8월 26일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ZM_TPO_online.jpg

[사진='자마' 티저 포스터 /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마르텔 감독 앞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테렌스 맬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독특한 개성과 비타협적인 태도, ‘다작’이 아닌 ‘과작’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50대인 그녀가 지금까지 만든 장편은 <자마>를 포함하여 총 4편에 불과하지만 전 작품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만큼 한 작품에 쏟아붓는 시간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증거이다. 

 

“살타 삼부작”이라 불리는 세 편의 전작은 모두 감독이 성장한 아르헨티나 북서부 도시 살타의 중산층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다. 곪아가는 백인 중산층의 삶을 두 가족을 통해 

보여준 초기작 <늪>(2001)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비롯해 수많은 수상 이력을 남기며 아트하우스 거장의 탄생을 알렸다.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를 종교적 신념으로 구원하겠다 다짐한 십대 소녀와 그의 가족을 다룬 <홀리 걸>(2004), 차 사고 이후 불안증에 빠진 중산층 여자의 이야기 <얼굴 없는 여인>(2008), 두 작품 역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전 세계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37718_1627611831.jpg

[사진=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 /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8월에 개봉하는 <자마>는 전작들에 비해 독특한 점이 많다. 

 

일단 감독이 최초로 시도한 18세기 식민지 배경의 역사물이라는 점.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을 전면에 세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8년 <얼굴 없는 여인> 이후 9년만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실 마르텔 감독이 <자마>를 기획하기 전 몰두했던 작품은 아르헨티나 만화를 기반으로 한 SF영화였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실망감에 휩싸인 감독은 무작정 작은 배 한 척을 사서 친구들과 강 탐험을 떠나게 된다. 그때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이 안토니오 디 베네데토의 소설 <자마>(1956)였다. 이후 4년 동안 <자마>의 시나리오를 쓰고 2015년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하지만 시련은 또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암 판정으로 편집을 중단해야 했다. 다행히 건강은 회복되었고 2년만에 편집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험난했던 9년만의 신작을 선보이며 2000년대 3대 영화제가 열광했던 천재 영화인의 부활을 알렸다.  


영화 <자마>는 18세기 열대우림의 파라과이 강을 배경으로 자마(다니엘 히메네스 카쵸)라는 한 백인 식민지 관료의 몰락을 담은 이야기이다. 

 

전작들에서 아르헨티나 중산층의 모순과 특권의식을 주로 다룬 마르텔 감독은 그 근원에 유럽 식민주의로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계급 갈등과 차별이 있다고 여겼다. 그 역사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나무 보트를 보고 있으면서 그것이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영국 잡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흔들어 깨우는 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현대 아르헨티나의 사회 모순이 식민주의 약탈에 기원한다는 점에서 영화 <자마>를 감독의 말처럼 “과거를 향해 가는 불손한 모험”이고 “라틴아메리카 정체성 형성에 대한 기묘한 영화적 탐험”(Sight&Sound)이며 “서구 문화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영리하고 무자비한 카프카식 이야기”(Indiewire)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르텔 감독은 식민 과거는 원인과 결과의 선형적 내러티브가 아닌 오직 파편화된 방식으로만 상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비선형적인 내러티브, 파격적인 영상과 사운드라는 <자마>만의 독특한 형식미가 생겨났다. 그 결과 세계 평론계가 “최근 10년간 최고의 영화”로 뽑는 등 독창적이고 기묘한 세기적 걸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유일무이하게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자마>는 8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