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6개월 이상 장기 미임대 상태인 공공임대주택은 6월 말 기준 3.5%로, 최근 4년 새 공가율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공임대주택 100개 중 평균 3~4개가 6개월 이상 새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고 비어있다는 얘기다. 공가율은 2018년 1.2%에서 2019년 1.6%, 2020년 2.3%, 2021년 3.1%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공가율이 높은 이유는 공공임대주택이 사람들이 필요한 곳에 원하는 면적으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거나, 30~40㎡ 이하의 작은 평형일 경우 사람들은 저렴한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주택 선택을 포기한다.
수요자가 사실상 ‘섬에 사는 주민’에 국한되는 도서지역의 공공임대주택 공가율은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았다.
행정구역상 인천에 속하는 백령도의 ‘옹진백령 공공실버주택’의 공가율은 87.5%다. 2019년 9월 72가구 모집에 단 14가구만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0.19 대 1에 그쳤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은 9가구에 불과하고, 63가구는 6개월 이상 비어있다.
공공실버주택의 거주환경이 나쁜 것도 아니다. 거주자 대부분이 독거노인임을 전제로 전용면적은 26㎡ 소형급 평면구조로 설계했으며 실버복지관, 게스트룸, 주민공동시설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이 들어서 있다. 백령면사무소, 백령병원, 백령시장, 하나로마트 등도 주변에 있어 생활편의성도 높다.
바로 옆에 있는 ‘옹진백령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구임대 30가구 중 8가구만 현재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22가구는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상태로 공가율은 73.3%에 달한다. LH 관계자는 “옹진군 공공임대주택 공실률은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옹진군은 2017년 국토교통부 마을정비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민·영구임대 주택 및 공공실버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당시 LH가 수요예측 조사를 옹진군에 일임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임대주택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도서지역 54곳 중 17곳의 공가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도서지역은 공공임대 공급 자체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부 지역의 경우 공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홍 의원의 지적이다.
인천영종A2 행복주택 전용면적 16㎡는 210가구 중 38가구(공가율 18.1%)가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상태다. 전용면적 22㎡의 공가율은 4.9%, 26㎡는 6.5%다. 인천영종A-49BL 행복주택 전용면적 26㎡의 공가율은 15.6%에 달한다. 22㎡와 36㎡의 공가율은 각각 6.6%, 3.4% 수준이다.
전남 진도군 진도쌍정 공공임대주택 24㎡는 100가구 중 27가구(공실률 27.0%)가 비어 있다. 서귀포혁신도시LH3단지 36㎡는 80가구 중 19가구(공실률 23.8%)가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상태다.
공실로 인한 임대료 손실과 관리비 부담은 고스란히 LH의 손실로 남는다.
홍 의원은 “LH가 임대주택을 지을 때마다 2억원 가까이 부채가 발생한다”면서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물량 늘리기를 위한 기계적 공급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입지 선정부터 주택 유형까지 정확한 수요분석을 통해 실제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