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금융원의 그들만의 리그

기사입력 2014.10.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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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금융원은 근래 바람 잘 날이 별로 없다. 각종 비리와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KB금융의 ‘항명 파동’으로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상반기에만 하루 평균 1000만원씩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고통분담을 강요하면서 정작 ‘회장님’들은 자기 몫 챙기기에 몰두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월급봉투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KB금융과 신한 · 하나 · 한국씨티 4개 금융지주사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평균 16억 원에 달한다. 30억원을 웃도는 연봉이다. 휴일을 뺀 근로일수로 계산하면 일당 1300만원 꼴이다. 하영구 씨티금융 회장은 상반기에만 23억 8000만원을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임영록 KB금융 회장도 10억원 넘는 돈을 받아간 것으로 돼 있다. 고액 연봉을 무조건 탓하거나 배 아파할 일은 아니다.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응당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 은행 사정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고 연봉을 받은 씨티금융 하 회장의 경우 실적 악화로 전 직원의 15%인 650명을 명예 퇴직시키고 16개 점포를 줄였다. 2분기 적자만 750억원에 가깝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도 지난해 실적이 반 토막 났지만 이를 근거로 올 상반기에만 17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적자 낸 것도 모자라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몬 게 성과란 말인가! 금융원의 고액 연봉 논란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금융당국이 나서 2010년 성과보상체계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실적이 악화된 지난해에도 먹튀 논란이 제기돼 금융권 스스로 20~30%의 보수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자정 결의가 무색하게 금융지주 회장들의 자기 몫 챙기기는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이런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KB금융 사외이사는 사실상 회장과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를 통해 선임된다. 기존 이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나 금융 당국의 청탁에 따라 자기들끼리 뽑는 구조란 얘기다. KB금융 사외이사 9명 중 8명이 서울대 경제 · 경영학과 동문인 것도 이런 선임 구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보수도 자체 평가 보상위원회를 통해 스스로 정한다. 수천만~1억원의 거액 연봉을 받지만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엔 거수기와 낙하산 통과용 노릇만 하다가 일이 터지면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인 것이다. 금융 개혁에 앞장서야 할 시외이사가 되레 금융권 개혁의 대상이 된 지 오래지만 제도 손질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정부 때 ‘금융 4대 천황’의 전횡이 논란을 빚자 지난해 부랴부랴 금융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했으나 관련 법안은 여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뒤늦게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를 평가하는 외부기구를 만들고 최고경영자(CEO) 추진위원회도 상설화화는 등의 모범규준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이왕 제도를 손댈 거면 철저히 해야 한다. 일이 터질 때만 반짝 내놓는 땜빵식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KB금융 사회이사들이 아무 책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때면서 신임 회장 인선에 나서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KB금융이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KB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물을 새 경영진으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사회이사들의 책임부터 분명하게 물고 이사회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주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게 KB 개혁의 첫출발이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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