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깡패와 양아치

기사입력 2014.12.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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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힘깨나 쓰는 사람을 ‘주먹’이나 ‘어깨’라고 부르는 것은 신체의 한 부분을 통해 어느 사람을 가리키는 ‘제유법적’ 표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깡패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의 김두한은 어깨 혹은 일본어로 ‘가다’ 정도로 불렸다. 깡패는 광복 후 사회 혼란을 틈타 정치권력과 결탁해 폭력을 휘두르던 동대문파 ‘이정재’같은 이들을 지칭하기 위해 처음 쓰였다. 깡패는 영어 갱스터에서 온 깡과 한자어로 무리를 뜻하는 패를 결합한 말이라고 하지만 이런 말의 어원은 늘 그렇듯이 정확하지는 않다. 양아치는 깡패와는 계보가 다르다.
 
양아치는 거지를 뜻하는 동냥아치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불쌍한 거지에 못된 거지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은 19세기부터다. 세도정치로 피폐해진 일부 극빈자들이 장터에 떼로 몰려다니면서 장사를 방해하는 수법으로 먹을 것을 뜯어냈다. 떼거지란 말이 이때 생겼다. 근대화 이후에도 떼거지는 넝마주의 형태로 살아남았다.
 
이런 거지를 양아치라고 불렸고, 오늘날 체력으로나 뭐로나 깡패도 못되는 주제에 깡패 짓하고 다니는 불량배를 양아치라고 부르게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박근혜표 창조경제 예산의 한 항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책상을 내려치며 “그만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자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이 “왜 얘기하는데 시비를 걸고 그래? 저 ×× 깡패야. 어디서 책상을 쳐. 저런 양아치 같은…….” 이라고 받아쳤다. 누가 시비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따지자면 끝이 없다.
 
강 의원의 욕은 김 의원의 책상을 내리친 데서 비롯됐고, 김 의원이 책상을 내리친 것은 새정치연합 간사인 이춘석 의원이 불필요하게 정회를 요청하며 태업하는 태도를 보여서 그런 것이고, 이 의원은 새누리당이 무리한 예산을 요구해 그랬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비교해볼 수 있겠지만 국민의 눈엔 누가 깡패고 누가 양아치냐 따지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내년도 예산안 3700여조 원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구성됐다. 여기서 최종 확정되는 예산안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다.
 
조정소위 의원은 여야 15명이다. 전체 의원 300명을 대표해 나라 살림을 가다듬는 중요 과업을 맡은 이들이다. 이 조정소위는 그러나 그동안 오명이 많았다.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은 물론 이른바 실세를 비롯해 동료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을 집어넣으면서 막판 ‘마법의 도가니’가 되기 일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뜻하는 ‘형님예산’ 여야 중진 실세를 봐주는 ‘실세예산’ 이런저런 민원이 쪽지로 전달되는 ‘쪽지예산’ 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최근에는 문자나 카톡으로 전달되는 ‘카톡예산’이 등장하고 있다.

막판 요지경 예산 증액은 거의 매년 되풀이됐다. 쪽지예산은 2011년 2000억원에서 2012년에 4000억원대로, 2013년엔 55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방법도 다양해 2012년 말에는 여야 간사가 회의록도 남기지 않고 거액의 증액을 한 후 번개처럼 해외로 떠났다. 지난해 말에는 야당 의원이 여당 실세가 100억여원의 경북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었다고 주장하는 등 쪽지 파동이 반복됐다.

조정 소위는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국회 내 밀실이나 호텔 방에서 막바지 작업을 하곤 했다. 홍문표 예결위원장과 조정소위의 여야 간사 등은 한결같이 올해부터는 ‘쪽지예산’ ‘호텔예산’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글/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올해는 세월호 사태로 인해 국가 대개조의 차원에서 정치개혁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됐다. 주요 개혁과제가 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것인데 쪽지예산도 대표적인 특권이다. 진정 정치개혁을 외치려면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여기며 장난질하는 구태부터 청산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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