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국민은 정치권을 실망한다.

기사입력 2015.06.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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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임명됐다. 문재인 대표가 당 내흥의 수습책으로 제시한 초계파 혁신기구의 위원장을 놓고 안철수 의원은 본인이 거절하고, 조숙 서울대 교수는 일부 반대로 무산되는 등 진통 끝에 김 전 교육감으로 귀착되었다.
 
4·29
·보선 참패 후 계파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우느라 근 한달 만에야 혁신기구를 띄우게 된 꼴이다. 출범부터 난산을 겪은 김상곤 혁신기구가 계파와 현역의 기득권 벽을 뚫고 제대로 된 혁신작업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보다 의문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새정치연합 앞에 놓인 혁신과제들은 단순히 좋은 위원장을 인선하고 위원회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과거 선거 패배 때마다 이런저런 기구를 구성해 혁신안을 마련했으나 실천 없이 책상서랍에 처박아놓은 전례가 수두룩하다.

혁신기구에서 계파와 공천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한 혁신안을 만들려면 당내 기득권 구조로부터 벗어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기구의 인선부터 초계파적으로 하고, 공천제도를 비롯한 혁신과제에 대해 전권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말로만 전권을 부여한다 해놓고 집행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당내 주요 인사들이 결정을 수용하려 들지 않을 경우 혁신작업은 또다시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누구보다 문 대표 스스로 혁신기구가 실패하게 되면 그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혁신기구가 계파 불문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며 고강도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 혁신기구의 결정을 온전히 실행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김 전 교육감은 문 대표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도 혁신을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으며,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혁신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그 약속을 흔들림 없이 실천할 때 혁신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터이다. 새정치연합 당사는 이미 이 계파 저 계파 사람들의 시위장으로 변해 버렸다. 문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당시 앞에서 삭발식을 하더니 문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했다.
 
당 지도부 회의 석상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막말을 퍼부었던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놓고도 중징계를 요구하는 쪽과 경징계로 그쳐야 한다는 쪽이 모두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문 대표 리더십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책임을 문 대표에게만 돌린다고 해서 당내 분위기가 수습될 리도 없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의 이런 행태에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마저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사람들이라고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모두가 계속 수렁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당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이나 정강정책, 지지층 등 모든 측면에서 이대로 더 끌고 가기 힘든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 외에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 야당은 군부 독재 시절에는 민주화라는 깃발을 내걸고 운동권 인사들을 당에 영입했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에는 남북 화해라는 대명제를 내걸고 연속 집권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3대 세습 체계를 굳히면서 주민들을 굶주림과 폭압 속에 몰아넣고 있다. 야당이 인재를 영입하고 지지층을 확보할 민주화나 남북 화해 같은 정치적 자양분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10여년 전부터 선거 때면 합쳤다. 선거에 지고 나면 깨지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새정치연합이 이참에 당의 근본까지 뜯어고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대안 집권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야당은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정당을 결성해 정치를 하려 하는 기본적인 이유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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