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형사 성공보수 폐지

기사입력 2015.08.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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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대법원이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완결했다.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유지돼온 형사 성공보수가 67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성공이라고 정해 금권을 주고받기로 하는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고위 법관 또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형사 성공보수는 전관 변호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선 “대법관들이 자기 밥상을 엎은 꼴”이라는 불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는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 하다.

형사 성공보수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대한 청탁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돼 왔다. 의뢰인은 보석, 무죄, 집행유예를 끌어내기 위해 담당 검사나 판사와 가까운 전관 변호사에게 몰렸다. 일부 변호사들은 판사, 검사와의 인연을 내세워 거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과다수임료 문제로 이어졌다. 종종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고 허모씨는 석방 성공 보수로 변호사에게 1억원을 선납했다. 허씨는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결국 형사 성공보수가 형사재판을 연고주의 전관예우에 오염시켜 사법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 때문에 2000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2007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형사 성공보수 금지를 추진했으나 입법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이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법관출신 변호사가 이름만 걸어놓고 ‘도장값’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행태부터 없애지 않으면 전관예우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재판장과 동기인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했다.

이 전 총리 측 이상원 변호사는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와, 홍 지사 측 이철의 변호사는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두 변호사 모두 판사 출신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연고 관계나 전관의 영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법원은 8월 1일부터 형사 합의부 사건 가운데 재판장과 연고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을 요청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논란이 커지자 홍 자사 측 이 변호사는 더 이상 변호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도 법원이 재배당하기 전에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옳다. 국민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한 달에 1억원씩 벌어들이는 검찰과 법원 고위직 출신의 전관예우 실태를 보고 경악했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과 석 달 전까지 국무총리를 지냈거나 도지사직에 있는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가 내놓고 재판장과 동기인 변호인을 선임하다니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법률이나 변호사단체 규칙을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금지한 지 오래다. 우리는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금지하자는 입법 시도가 “자유 경쟁 원칙을 해친다”는 변호사단체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금지되면 변호사들이 착수금을 올리거나 불법적으로 사건을 알선하는 법조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릴 우려도 있다.
 
수임료를 낮게 신고하거나 누락하는 변호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과도한 수임료 요구관행이나 이를 둘러싼 분쟁이 줄어들면서 합리적인 변호사 보수 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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