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일본의 강제노동 원폭 희생자

기사입력 2015.08.1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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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일본이 세운 원폭 사망자 위령비와 불과 이백다섯 걸음 떨어져 있다
. 일본의 피폭 70년을 앞두고 히로시마를 찾았을 때 일부러 거리를 재봤다. 194586일 미군 B29 폭격기가 히로시마 상공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해 2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중 2만명은 한국인이다. 역대 일본 총리는 매년 원폭 사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바로 옆 한국인 위령비는 외면했다. 원폭 사망자 위령비 앞에는 각종 피해 자료들을 모아놓은 평화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라도 희생자의 유골과 건물 잔해들을 보면 원폭의 가공할 위력과 전쟁의 참상에 말을 잃게 된다. 하지만 기념관에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과 반성을 찾을 수는 없다.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다.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희생된 한국인에 대한 언급도 없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에 국경이 있을 수 없는데도 일본인 피폭 기억은 인류 보편의 시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국인 위령비는 공원 외부에 세워졌다가 29년이 지난 1999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2011년 고려대와 와세다대 학생들이 위령비 옆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한국 오엽송을 심었으니 이 또한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 416일 밤중에 나무가 사라졌다. 우익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학생들은 올해 85일 선배들이 기념식수를 한 그 자리에 1m 크기의 오엽송을 다시 심을 예정이다. 히로시마는 여전히 ‘두 얼굴’이다. 한국의 주일 히로시마 총영사가 평화기념관장에게 한국관 조성을 요청했으나 “외국인 희생자 예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본 위령비에 “전쟁을 일으킨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겨놓고 있다.
 
일본 대기업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2차 대전 기간 중 이 회사 공장에서 강제 노역한 중국인 노동자와 그 유가족 3765명에게 공식 사과하고 1인당 10만위안(1870만원) 씩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쓰비시는 앞서 강제 노역에 동원된 미군 포로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앞으로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다른 나라 전쟁 포로들에게도 사과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쓰비시의 이번 결정은 중국 내에서 일제의 강제 징용 관련 소송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미리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중국 내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또 중국과의 번듯한 정상회담을 원하는 아베 내각과도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2년 반만에 두 나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어렵게 관계 복원을 꾀하고 있는 국면에서 이 문제가 한·일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일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 맺은 청구권협정에서 국가와 개인의 청구권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이후 이 협정의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는 1975,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자체 예산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이 2012년 청구권협정이 있었다 해도 개인청구권까지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 법원의 판결 추이를 볼 때 일본 기업들이 패소 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할 경우 한국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 재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가혹한 노동을 강제했던 일본 기업들이 50년 전 청구권협정 얘기만 하면서 한국인 피해자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에 요구되는 역사적·도덕적 책무를 회피하는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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