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유럽 난민 사태

기사입력 2015.11.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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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지난 봄 아프리카 수단의 청년 모하메드가 리비아에서 배에 탔다 밀입국 브로커에게 돈을 다 털렸다
. 120명이 들어찬 배는 만원 버스와 같았다. 되돌아가긴 글렀다.

고향 땅은 10년 넘게 내전 상태다. 아버지는 총 맞아 죽고 누이는 강간당했다. 형은 사하라사막을 건너다 죽었다. 브로커는 나침반 하나를 던져주고 사라졌다. 선장도 없이 배가 움직였다. 배에는 500ml 생수 36병이 전부였다. 사내는 선 채 오줌을 쌌다. 배가 기울자 뱃점 남자 둘이 바다로 떨어졌다.

지중해를 일주일 빙빙 돌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혔다. 그 무렵 난민 배가 뒤집혀 수백 명씩 수장되는 사고도 잇달았다. 올해만 난민 2600명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실종자도 1800명이 넘는다. 살육, 약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난 난민은 대개 모하메드와 비슷하다. 올 들어 35만명이 간난신고 끝에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발을 디뎠다. EU 국가들은 이들을 서로 떠넘기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터키 해안에서 세 살배기 아기가 모래에 코를 박고 숨진 채 발견됐다. 빨간 티셔츠에 청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차가운 바닷물에 밀려온 듯 온몸이 젖어 있었다.

두 살 터울 형과 엄마도 숨져 있었다. 시리아를 터나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가려다 배가 뒤집혔다. 홀로 살아난 아빠는 “모든 꿈이 사라졌다”며 오열했다. 세 살 꼬마의 주검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여러 우렵 국가가 갑자기 알게 됐다는 듯 온정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더블린 협약은 난민이 첫발을 디딘 EU 회원국이 책임을 지기로 약속했다. 남유럽 국가들은 반발했다. 난민을 북쪽으로 내쫓기도 했다. 올해는 바다 회생자가 급증했다. 작년에 유럽 해군이 마중하듯 먼 바다로 나가 난민 배를 견인했다. 그렇게 구출된 난민이 14만을 넘었다. 올해는 난민 배가 해안 50km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항해가 위험해지면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중해는 난민 루트가 여럿이다. 모하메드가 택했던 중부 루트가 지금껏 난민이 가장 많았다. 난민의 가장 큰 원인은 정정 불안과 내전이다. 난민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에 IS까지 가세하면서 잔혹행위가 끊이지 않자 시민들이 도리없이 집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난민 발생의 책임은 당사국 정부에 있다. 하지만 독재정부 전복을 위해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시작한 전쟁을 종결짓지 못하는 서방국가들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난민 수용에는 소극적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 미국에 1ㅁ만 7000명의 난민을 받으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까지 수용한 난민은 1800명에 불과하다.

난민 보호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며 난민 심사를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난민 외면은 더욱 심각하다. 독일이 올해 80~1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반면 영국이 올해 들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고작 216명이다. 이 국가들은 저마다 자국 사정을 앞세워 난민 수용을 거부해왔다.
 
세 살 아기의 주검이 던진 충격은 난민 구호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미국은 난민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쟁에 책임이 있는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IS격멸, 중동지역 안정화 등 난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아일란 쿠르디, 세계인의 양심에 채찍질을 한 이 이름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국 안에서 죽어가는 난민을 자국 사정을 내세워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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