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 세균과 항생제 전쟁

기사입력 2010.09.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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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미국 코네리컷주 뉴헤이븐 병원에 패혈증을 앓는 33세 여성이 입원했다.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환자가 체온이 42도까지 치솟으며 혼수상태에 빠지자 의사들은 마지막으로 조금 투여해 봤다. 그러자 하룻밤 새 체온이 뚝 떨어졌고 며칠 뒤엔 정상적으로 밥을 먹을 만큼 회복됐다.

이 여성은 퇴원 후 90세까지 살았다. 영국 세균학자 플레밍이 1928년 페니실린을 발견한 뒤 10여 년 동안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페니실린을 만들기 어려워 충분한 양을 투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쥐 실험에서 약효가 입증됐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뉴헤이븐 병원의 성공으로 페니실린은 기적의 항생제로 각광받게 됐다

. 1950년대 초까지 페니실린은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때도 페니실린이 통하지 않는 박테리아가 있었다.

페니실린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유전자 변이 등으로 새롭게 진화한 것이다

. 페니실린보다 강력한 2세대 항생제 메티실린, 3세대 항생제 반코마이신이 잇따라 개발됐지만 효과가 몇 년 가지 않았다.

이렇게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을 지닌 박테리아를 슈퍼 버그(Super Bug) 또는 ‘슈퍼 박테리아’ 라고 한다.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생명체다. 수적으로 가장 많고, 적응력도 가장 강한 생물이다

. 인간의 몸은 60조~10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우리 몸속 미생물은 최소한 그 10배는 된다. 금속을 녹일 만큼 진한 황산이나 원전 폐기물 탱크, 수심 10만m 넘는 태평양 바다 밑까지 박테리아가 살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 처음으로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희생자가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 박테리아가 창궐하면 과거 흑사병에 버금가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슈퍼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4세대, 5세대 항생제가 나온다 해도 효과가 얼마나 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새삼 자연에 대한 외경을 느낀다.

인류는 항생제 발견으로 전염성 질환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여겼지만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이런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슈퍼 박테리아는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죽일 수 없는 세균이다.

항생제 남용으로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된 탓이 크다. MRAB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한국의 항생제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항생제에 대한 세균의 내성도 그만큼 강할 가능성이 있다.

14세기 유럽인구의 4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페스트 또한 세균이다. 세균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면서 돌연변이 ‘괴물 세균’ 이 잇따르는 탓이다.

 이른바 기존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다.

 에이즈(AIDS : 후천성면역결핍증)보다 더 무서운 적이 슈퍼 박테리아다. 미국의 2005년 에이즈 관련 사망자는 1만 2500명이지만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감염 사망자는 1만 8650명에 이른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앞서 항생제 남용 방지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과유불급’ 이라고 했다. 인류가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이 말부터 새길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공식 사망자가 없다.

 인류의 역사는 세균과 항생제의 전쟁이기도 하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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