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 칼럼]정치 혐오증

기사입력 2016.03.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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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야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닷세째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3분 연설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본회의 기록(5시간 19분)을 깼다.
 
세 번째 발언자인 같은 당 온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연설로 1969년 박한상 의원이 법사위에서 세운 국내 최장 기록(10시간 15분)을 깼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과 함께 부활했다. 소수당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지만 우리나라에선 다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과의 합의 없이는 쟁점 법안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엄격히 제한된다. 소수당이 입법을 저지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해주고도 필리버스터라는 3중 장치까지 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다수당이 되겠다고 민심을 살릴 필요가 있겠는가!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9·11테러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발의된 것이다.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과 금융거래, 통신 미용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 기관들과 국제 공조를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테러 대상 60개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북한 김정은은 대남테러 역량 강화까지 지시했다. 이런 판국에 야당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첫 필리버스터 대상으로까지 삼으며 국력 저지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정보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야당 요구대로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고, 정보수집우너은 국정원에 두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까지 두었다. 그런데도 야당이 정보수집권마저 국민안전처에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테러방지법안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테러 위협, 국제 테러 조직의 대륙을 넘어서는 세 확장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국가적 대테러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만드는 기본법이다. 더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법안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국가정보원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안 및 이와 연동된 다른 법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대부분 국정원 불신에서 비롯된 기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장이 감옥에 가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테러를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아닌 일반인까지 감시 대상에 넣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넘어서는 것까지 법이 담아낼 수는 없다. 물론 그동안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감안해볼 때 야당의 걱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국정원 숙원인 휴대폰 감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거래 자료 열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떳떳하게 해당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테러방지법 부칙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 법이 국정원의 조직과 권한만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되도록 강도 높은 혁신안을 국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테러방지법처럼 국가 안보의 근간에 해당되는 법은 가급적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 속에 만드는 게 원칙이다. 야당은 아무리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 염증을 키우는 필리버스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필리버스터가 아무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선거운동 하듯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울 뿐이다. 여당도 야당이 반대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야당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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