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선동적 공약 지겹다

기사입력 2016.04.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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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더불어 민주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당 홈페이지에 공개한 총선정책공약집에선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하는 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회 이전은 장기 과제로 돌리고 일단 분원만 추진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더민주가 국회 이전 공약을 내건 명분은 행정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 균형 발전을 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충청권에서 표 좀 얻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관습헌법상 수도는 입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하며 대통령이 활동하는 장소’라고 명시했다.

위헌이 명백한데도 더민주가 표를 의식해 이전 공약을 내세운 뒤 한 발 뺀 것이다. 더민주 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변경 전 원안에 대해 “서울에 국회 분원을  둬서 입법 기능을 수행하고, 세종시 본원에선 행정부 견제 기능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입법활동과 행정부 견제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실상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지금의 국정 비효율을 해결하려면 세종시 시스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무원 출장과 행정 비효율에 따른 비용이 4조~5조원대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일부만 옮긴다면 그로 인한 추가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민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신행정수도’ 공약을 내세운 이후 총선·대선 때만 되면 세종시 공약을 단골로 내세웠다.
 
노 전 대통령 말대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국가적 비용은 어찌하려는 것인가! 국회 이전을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고 했지만 남북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이 또한 명분이 떨어진다.

장.차관부터 국장 과장들이 국회에 불려 다니느라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비만 연간 230억 원이나 된다. 부처 간 소통이 미흡해진 데 따른 정책 품질 저하 등 ‘광의의 행정 비효율’까지 합하면 연간 매몰비용이 약 5조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나와 있다.

선거구 변화 충청권 의석이 25석에서 27석으로 늘어나 대구경북(25석)보다 많고 호남권(28석)과 맞먹게 됐으니 충청에서 한 번 재미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국회 분원만 만든다고 해도 툭하면 장.차관을 불러 호통 치는 ‘국회 갑질’을 버리지 않는 한 행정 비효율에 입법 비효율까지 더해질 우려가 크다. 더민주당이 국회 이전 공약을 자진 철회하기는 했지만 일부 유권자의 이기적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공약은 아직도 수두룩하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에서 옮겨온 진영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결씨까지 앞세워 “야권 연대를 추진하자”고 국민의당 등에 파상공세를 폈다. ‘경제’로 승부하겠다고 한지 며칠도 안 돼 ‘연대론’을 또다시 꺼내든 것이다.
 
독자 상품을 내세우려는 노력은 뒷전인 채 이 당 저 당 끌어 모아 쉽게 이겨보자는 구태의연한 수법으로는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야권 일부 원로들은 안철수 대표가 야권 연대에 반대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까지 위협했다. 이런 일이 더 이어지면 더민주는 당대표 얼굴 바꾸고 새 인물 몇 명 내세웠지만 형태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개인채무 원금 감면 확대, 더민주당은 기초연금의 차등 없는 월 30만원 지급,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한 컴백홈 법안 같은 국가 재정의 기둥뿌리를 흔들 수 있는 선동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국가와 미래를 아랑곳하지 않는 묻지 마 식 선거 공약은 각 당 스스로 폐기해야 한다. 결과는 국민의 선택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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