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습기 살인 책임자 처벌하라

기사입력 2016.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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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텍 칼럼]사망자만 239명에 이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로 불린다. 그만큼 국가의 한계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대형참사라는 의미이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를 공식 확인한 후의 과정을 보면 피해를 줄일 만한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건강은 뒷전으로 밀렸고 기업의 이윤 논리만이 득세했다.

아무런 통제 없이 제품을 팔았다. 기업들은 사건 이후 은폐로 일관했다. 재계와 정부, 여당 3각 커넥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2013 발의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별법이 끝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과정을 보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살균제 피해는 업체와 개인의 문제이며, 특별법은 국가의 과잉개업’이라는 논리로 제동을 건다.
 
다중의 생명과 건강을 해친 사건을 개인과 해당 기업의 문제로 치부해버린 정부의 태도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기재부는 심지어 ‘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을 환경부에 보낸다. 더욱이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일반국민이 낸 세금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소송에서 패소하면 인과관계를 확인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뿐 아니라 주무부처장관마저 같은 정부기관인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발표를 인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법안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행동대의 역할을 자처했다. 권성동 환노위 소위원장은 2014년 ‘교통사고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댄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 논리는 2013년 ‘특별법이 기업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반대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결국 재계의 ‘경제 위축’ 타령에 정부와 여당이 ‘기업과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며 장단을 맞춰준 결과가 됐다. 그사이 시민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힘없는 국민들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조정하고 법을 만들어야 할 정부 여당의 명백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대책을 보고받았다. 윤 장관은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되면서 있어서는 안 될 대규모 인명살상 사고가 빚어졌다”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고 “법제가 미비한 것을 제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유독성 검사를 사전에 했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도 윤 장관은 “유해화학관리법에 그런 조항이 없었다”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정부라는 점만 명심했어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환경부 복지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질타한 데 대해서도 윤 장관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페 손상 물질인 폴러렉사메탈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람이 죽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피해를 키운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참 늦었지만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 특별법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청문회 개최도 서둘러야 한다.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면 윤 장관은 이제라도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이 경질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땅에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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