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진석 원내대표 민심 받들어라

기사입력 2016.07.0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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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경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영국 신사 같다’는 말은 매너가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영국 신사의 의복 철학은 검소하고 평범해 ‘남의 눈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목적을 위한 옷을 입을 땐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교클럽이나 고급 식당에 초대받았을 경우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한다.
 
어느 골프장은 붉은색 상의를 입어야 라운딩이 가능하다. 이런 규칙을 따르는 건 구속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요, 배려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인도를 방문해 주요 행사에 참석할 때 인도의 국기색인 주황색 흰색 녹색의 한복을 입었다. 2013년과 2015년 중국 방문에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빛의 한복이나 재킷을 주로 입었다. 과거 황금색은 황제만 입을 수 있어 일반인은 피했다지만 어쨌든 상대 국민에 대한 배려다. 최근 이란 방문 때도 이란 국기의 3색인 초록색 흰색 붉은색 계통의 옷을 갖춰 입었다.

루사리 착용 외에 색으로도 이란 국민에게 다가간 것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그제 국민의당 지도부를 예방할 때 ‘잘 보이려고’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것은 괜찮은 센스다. 그러고 보니 전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땐 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격식을 잘 안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사진을 보니 국민의당 예방과 같은 날이어선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어제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날 땐 노란색 넥타이였다.

우 원내대표를 생각해 일부러 김대중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색을 택했다지만 더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맸다면 더 어울렸을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 천장 중앙에는 365개의 전등이 달려 있다. 1년 365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걸음은 여야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정치다. 이젠 동물국회도 식물국회도 아닌 합리적 이성의 국회를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진석 대표는 20대 국회 새누리당 당선인 122명 중 119명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열린 경선에서 69표를 얻어 43표를 얻은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정 당선인은 20대 국회 첫 1년 동안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 원내 사령탑을 맡는다. 그와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광림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맡게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여파로 최고위원회가 붕괴했고 이를 대체할 비상대책위마저 당내 이견으로 아직 꾸리지 못했다. 이렇다 할 대선 주자마저 없어진 데 따른 암울한 분위기가 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집권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당청 관계를 새로 정립하고 거야를 상대해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가야 하는 책무를 맡게 됐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3년여 내내 대통령의 하명에 따라 움직이는 '하청 정당'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대통령의 '배신자' 한마디에 원내대표가 그만두기까지 했다. 청와대의 도를 넘는 일방주의와 여기에 복종하는 여당의 모습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매를 든 것이 이번 총선 결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나가되 당이 실질적으로 국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청와대에 '노(No)'를 해야 한다. 내년 12월의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20대 국회 첫 1년간의 실적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달라진 현실에서 정 원내대표는 당장 민생경제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는 데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두 야당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당정청 조율시 역할을 해야 할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책무가 무겁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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