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여고생 농락한 스쿨 폴리스

기사입력 2016.07.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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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학교 폭력 예방 차원에서 파견된 학교전담경찰이 담당 학교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전담경찰이 지위를 악용해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경찰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건을 폭로하자 가해 경찰이 근무했던 일선 경찰과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청 등은 ‘SNS를 보고서야 알았다’ ‘사표 낸 뒤에야 알았다’ ‘계장까지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경찰의 주장이 ‘사실 아님’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즉 지난 5월9일 피해 여고생을 상담한 청소년보호기관이 부산경찰청에 연제경찰서 소속 경찰의 비위 사실을 신고했다. 전화를 받은 부산경찰청 담당직원(경위)은 ‘성범죄가 아닌 품위 위반의 문제’라며 신고 전화를 연제경찰서로 넘겼다. 경찰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은 지난 6월1일 ‘학교전담경찰과 여고생의 부적절한 성관계’ 첩보를 입수, 부산경찰청에 사실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부산경찰청은 “그런 사실로 의원면직한 직원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애초에 ‘사건을 몰랐다’고 강변한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일선 경찰서 모두 거짓말 퍼레이드에 가세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성폭력이 아닌 성관계이며, 따라서 성범죄가 아닌 품위의 문제’로 넘기려던 경찰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올라야 한다.

상담을 빌미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농락한 경찰의 행위를 그저 ‘품위 위반’쯤으로 치부한다는 것인가. 그 과정에서 가해 경찰관들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슬그머니 사표를 냈으며 퇴직금까지 수령해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뒤늦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식 조사로 넘기려 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학교전담경찰의 여학생 성폭행 사실을 서장이나 경찰청장이 몰랐다는 주장을 누가 믿겠는가. 경찰이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면 그토록 주장하는 수사권 독립은 언감생심임을 알아야 한다. 경찰 조직이 이렇게 자기들 치부를 감추려고만 들면 경찰관들의 일탈을 막을 수 없다. 그러면 국민 외면을 받는 조직이 되고 결국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도 없게 된다. 범죄 혐의가 짙은 사건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로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에는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13세 이상과의 성관계는 돈이 개입됐거나 강제성이 있는 경우만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두 여고생 중 하나는 경찰관과의 일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이 위력을 이용했거나 모종의 약점을 잡아 원하지 않는 관계를 강제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철면피 경찰관들을 엄벌하고 이런 일을 숨기려 했던 책임자들도 문책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화장실 여성 살인 사건,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등으로 딸아이를 둔 집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젠 경찰관들이 보호 대상인 아이들을 농락하는 것까지 보게 되니 이 나라 여성들은 누굴 믿어야 하나 하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경찰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을 척결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책에 따라 열심히 뛰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그 이면에서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배치한 스쿨폴리스가 오히려 학생들을 성범죄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믿고 자식을 맡긴 경찰관의 ‘인면수심’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사직한 경찰관에게 여죄는 없는지 재조사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도 회수해야 한다. 다른 학교 스쿨폴리스에 유사한 범죄가 있는지도 차제에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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