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사 자살 빚은 인격학대

기사입력 2016.08.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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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경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검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상관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자체 감찰을 통해 김 부장검사가 ‘장기 미재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하거나 술자리에서 질책하면서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시절에도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부하들에게 폭언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구겨 바닥에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한 김 검사는 친구들에게 보낸 카톡에서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고 썼다. 이런 문제는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된 한 개인의 이상행동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김 검사의 자살에 대해서도 ‘본인이 심약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검찰 일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대전지검이나 1993년 부산지검에서 있었던 검사 자살 사건도 상관의 인격적 모멸이 원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 문화가 이번 불상사의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검찰에는 윗사람의 지시에 복종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다른 어떤 조직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수사 효율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상관과 선배의 판단이 옳을 수는 없다. 위가 아래를 틀어쥐는 전근대적 조직 문화가 막중한 검찰권 행사에 관한 개별 검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이 사회를 뒤흔드는 중요 수사에 나설 때마다 각종 음모론이 돌곤 한다. 전국 검사 2000명이 검찰총장 한 명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검찰 수뇌부가 일선 검찰이 보고한 기업과 정치인들에 관한 각종 첩보와 정보를 캐비닛에 쌓아놓고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수사 착수 시기와 범위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기획 조정 수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 조율해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 국민의 상식이다. 해임은 검사에게 사실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검사의 파면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 신고 시’에만 가능하다. 그동안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으로 해임된 사례는 있었으나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이 이유가 된 것은 처음이다. 대검이 해임을 결정한 것은 전근대적 상명하복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유뿐만일까. 홍만표·진경준·우병우로 이어지는 검찰의 추문 릴레이가 없었다면, 과연 해임까지 이르렀을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폭언 폭행으로 후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정식 수사에 착수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검찰총장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러 정황이 검찰 조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반쪽짜리 해법일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에는 갖가지 비리가 잇따랐다. 그때마다 기강 확립 같은 이야기를 꺼냈으나 달라진 건 없다. 문제는 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검찰과 같이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조직은 법과 제도로 규제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홍만표·진경준·우병우 사건의 재발을 막는 길도 다르지 않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위해서도 좋다. 그런 상황에서도 검찰 내부로부터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 한마디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검찰의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조직 문화는 이제 불태워버릴 때가 됐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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