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법부 코드 인사

기사입력 2017.09.18 21:31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임명동의안 가결에는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찬성 145명, 반대 145명으로 2표가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헌재 소장에 지명한 것이 지난 5월 19일이다.

헌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은 헌재가 제 역할을 다한 덕분이다.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보수야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014년 12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2005년 5월 헌재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인 교원노조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때도 김 후보자는 해당 조항이 해직 교사의 자주성과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부결로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는 헌재 소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부결 사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여당 역시 대통령 지지율만 바라보며 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의 이런 자세로는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찰·국정원 개혁, 방송 개혁, 증세·건강보험 확대 등 각종 개혁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판결도 문제가 있었다. 시민군을 태워준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형을, 공수부대 진압군의 폭력적 행태에 부대를 이탈한 방위병 166명에게는 모두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독재정권 때는 그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 김 후보자가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수장감이 아니라는 공감대는 일찍이 형성됐다. 청와대는 야당을 맹비난했다. 안준 부결엔 각 당의 정치적 행동에 따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야당도 끝까지 반대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지하혁명 조직은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남한의 국가 기관 시설을 타격하자는 모의까지 했었다. 그런 정당의 해산을 반대한 사람이 헌재소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가! 정부가 최근 했던 일련의 사법부 인사가 권력의 사법부 장악 시도로 비칠 정도로 치우쳐 있다는 것도 인준 부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도 밥원 내 특정 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민변 출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노골적으로 정치 활동을 해왔던 것이 문제되다가 결국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 대법관 13명 중 12명,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바뀐다. 사실상 전면 교체다. 그런데 이 사법부를 통째로 바꾸다시피 하는 인사를 한쪽 이념, 코드 일색으로 하면 사법부가 어떻게 되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은 3000명에 달하는 전국 법관의 인사권도 갖고 있다.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판사는 ‘재판은 곧 정치’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판결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사회적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대립을 해소하려면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협치의 길로 나가야 한다.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는 정국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개혁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