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魯 이용웅 칼럼] ‘평창아리랑’과 ‘정선아리랑’, 그리고 ‘강성부흥아리랑’

기사입력 2018.01.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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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2018년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창작 음악곡 ‘평창 아리랑’이 공개되었는데, 캐나다 한인 동포가 작곡하고, 우리 국악인 등이 노래한 이 아리랑은 한국적 소리인 타령과 판소리의 국악적 요소가 절정을 이루고, 우리 음악인들이 민요 아리랑의 흐름을 노래했고,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곡과 런던 심포니의 그랜드 오프닝 음악이 감동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등이 평창올림픽을 위한 연주곡 ‘평창 아리랑’을 출시했는데. 민족의 한과 얼이 담긴 아리랑을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낸 곡으로 외국 성악가, 한국 작사가 등이 참여했습니다. 또 우리 가수들이 한국을 상징하는 전통가요에 강렬한 록 리듬을 가미한 트로트 가요를 선보였습니다. 무명가수도 ‘평창아리랑’를 발표했는데, 앞으로 올림픽을 위한 음악이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들 노래들보다 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으로, 정선(旌善)에서는 ‘아라리’ 또는 ‘아라리타령’이라고도 합니다. 이 민요의 고향 정선은 강원도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쪽에 한강의 상류인 조양천이 흐르고, 동쪽, 서쪽, 북쪽의 세 면이 산으로 에워싸인 고읍(古邑)입니다. 정선골! 옛날 이 고을에 스무 살 처녀가 열 살도 채 안된 어린 신랑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그 신부는 어린 신랑의 시중만 들다가 우울증에 걸려 자살할 것을 결심했는데, 물레방아를 도는 광경을 보고 훗날 신랑도 어른이 되리라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되돌아가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2)>은 “정선골 : 정선골 물방아 물레바퀴 돌 듯 ; 정선골 물방아의 물레바퀴가 빙빙 돌아가듯이 ‘좋은 처지가 어려운 처지로, 어려운 처지가 좋은 처지로 엇바뀌는 모양’을 비겨 이르는 말”(1354쪽)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의 민속전통(6)-민속음악과 민속무용>은 ‘아리랑’을 “사랑와 리별, 상사의 괴로움을 다 같이 반영한 대표적인 련정 민요”라고 하면서 ‘정선아리랑’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북한-대집단체조와-예술공연-아리랑 

‘정선아리랑’은 정선 고을에서 태어난 노래라고는 하지만, 태백산맥의 동쪽 전역과 남·북한강 유역에 고루 분포하는데, 이 넓은 지역을 ‘아라리 권역(圈域)’ 또는 ‘메나리토리 권역’이라 하여, 타(他) 지역과 구별 짓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아리랑은 강원도는 물론 그 인접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불려지며, 그 분포 지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습니다. 그리고 ‘아라리’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곧 가장 늘어지게 부르는 긴 아라리, 이보다 경쾌하게 부르는 자진 아라리, 앞부분을 긴 사설로 엮어나가다가 나중에 늘어지게 부르는, 곧 아라리의 가락으로 되돌아가는 엮음아라리가 있습니다. 

 

‘정선아리랑’은 문화의 향기가 담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며, ‘정선’은 그 향기를 만드는고을입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용평을 비롯한 평창군과 정선군을 섭렵(涉獵)하면서 만난 무릉도원(武陵桃源)들과 정선아리랑은 ‘평창올림픽 소식’에서 찾기 힘들고, 남북한 단일팀의 정치적 뉴스에 ‘오늘의 촛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울려 퍼지게 될 ‘아리랑’얘기도 뒷전입니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

개막식에서 불리울 ‘아리랑’을 북한에서는 무엇이라고 할까요? 북한 <조선말대백과사전>(26)은 ”아리랑 : 조선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의 발생과 어원에 대한 많은 전설들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은 ’성부와 리랑‘이다.”(320쪽)라고 하고, 영화 <아리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북한의 <조선민족음악전집> (민요편 3)은 “아리랑 전설”에서 한반도 전역의 ’아리랑’ 50곡을 수록했는데, 남한과 북한의 비율은 거의 반반이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아리랑’에 대해, <민요 따라 삼천리>(최창호, 평양출판사)는 “《본조아리랑》, 《신조아리랑(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영천아리랑》, 《강원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해주아리랑》, 《서도아리랑》을 비롯하여 《열두 아리랑》에 《열두 고개》라고 전해오고 있으며 이에 깃든 전설들도 각이하나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찾아볼수 있다. 사랑하는 님과의 리별이 어렵다는 뜻에서 《아난리(我難離)》라고 부른 것이 오늘에 와서는 《아리리》로 되였다는 점과 고생의 한계를 넘기기 어렵다고 하여 《고계(苦界)》라고 부른 것을 오늘에 와서는 《고개》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아리랑의 전설들에서 일치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14쪽)라고 했습니다.  

 

<조선예술>(2001년 제10호)은 ‘차례’ 앞에 ‘강성부흥아리랑’의 악보를 게재하고, 이 노래에 대한 특집기사(37~43쪽)을 실었습니다. 그 글들의 제목을 보면, 평론 “위대한 시대의 아리랑으로 천만년 전해 질 조국번영찬가”, 평론 “민족의 긍지 넘치는 특색 있는 선률 형상”, 수기 “새 세기의 첫 아리랑은 이렇게 나래를 폈다”, 반향 “흥하는 김정일 시대를 노래한 민족아리랑”, 반향 “들을수록 좋고 부를수록 힘이 나는 시대의 명곡”!. 이 중 첫 번째 평론의 필자 김창조는 ‘강성부흥아리랑’이 “김정일 시대의 모습, 강성부흥조국의 참모습에 대한 의의 깊은 문제를 제기”(38쪽)하였고, “시대의 앞장에서 진보적 인류의 전렬에서, 사회주의성새의 위치에서 달려 나가는 우리 조국의 참모습과 우리 인민의 약동하는 신심에 넘친 감정이 융합되여 밝고 랑만적인 색채를 띠고 불리우며 더우기 민요형식에 담은 것으로 하여 이채롭기 그지없다.”(39쪽)고 했습니다. 
평창군 용평스키장(필자)

그 다음 해인 2002년 북한의 수장(首長) 김정일은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제작, 체제(體制) 선전(宣傳)과 ‘외화벌이’에 나섰습니다. 이 공연은 ‘제1장 아리랑 민족, 제2장 선군 아리랑, 제3장 행복의 아리랑, 제4장 통일 아리랑’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뒤 ‘종장 강성부흥 아리랑’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런 아리랑들을 부르는 북한 사람들의 귀에는 ‘평창 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이 들리지고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전통 ‘아리랑’은 북한 책 속에서나 존재하지 않을까요? 많은 우리 국민들도 ‘정선아리랑’을 잘 모릅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민족 모두가 한반도에 산재해 있는 ‘아리랑’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으면 합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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