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 月刊 <조선>의 1953년 7월 27일과 2018년 7월 27일

기사입력 2018.07.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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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조선 2011년 7호-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jpg
북한 월간 조선 2011년 7호-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의 홍보 월간지 <조선>은 2011년 7월호에서 “위대한 령도, 승리의 7.27”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인 7월 27일을 맞을 때마다....미제가 조선전쟁에 저들과 남조선괴뢰군만이 아닌 일본과 15개 추종국가의 무력까지 동원하였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는 ‘허위사실 유포’로 시작됩니다. 이 글은 “나라가 해방되여 5년, 공화국이 창건되고 인민군대가 정규군으로 된지 겨우 2년밖에 안 되는 청소한 조선과 100여 차례의 전쟁에서 패전을 몰랐다는 미제와의 대결은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엄혹한 시련이 아닐수가 없었다.”로 이어졌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전쟁을 일으키다니...

 

그리고 “조선전쟁을 도발한 장본인인 미국대통령 트루맨의 신세도 달리 될수 없었고 제2차세계대전시기 련합군의 총사령관이였던 미국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신공세> 기도도 박살났다. 결국 미제는 전쟁에서 패배를 자인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조인하지 않으면 안되였던 것이다. 제국주의 련합세력에게 심대한 군사 정치적 패배를 안겨준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는 오늘 김정일령도자의 선군령도와 더불어 빛나게 계승되고 있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오직 백승의 한길로만 줄기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로 끝을 맺었습니다.

 

한국전쟁(1950.6.25-1953.7.27)에서 미군 54,246명이 목숨을 잃었고, 8,176명이 여전히 실종처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상·하 양원 의회가 7월 21,24일 한 법안을 통과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즉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입니다. 그 때 2009년 7월 27일 오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게양"을 임시조치로 지시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연방정부 기관들은 모두 7월27일에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미국의 국가 기념일이 1년 365일 중에 총 19일이 되는데, 미국에선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의 참전용사 추모일(Veterans Memorial Day)과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일: Korean War Armistice Day)에 조기게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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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27일 북한·중국·유엔사 대표가 서명한 정전협정서-한겨레신문 자료

 

북한은 이 때가 되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칩니다. 특히 청년학생들의 경축무도회가 매년 각지에서 펼쳐집니다. 북한 <로동신문>에 따르면, “수도의 무도회장들은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령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로 높이 모시고 뜻 깊은 전승절을 맞이한 크나큰 기쁨을 안고 모여온 청년학생들로 차넘치였다. 전승의 축포가 오르던 력사의 그날 전설적 령장을 우러러 터치던 우리 군대와 인민의 격정의 환호인양 무도회장들에 《김일성대원수 만만세》의 노래 선률이 울려퍼지자 무도회가 시작되였다...《우리의 7.27》,《우리의 노래는 승리의 노래》 등의 노래에 맞추어 춤률동을 이어가는 참가자들의 얼굴마다에는 위대한 수령님의 령도밑에 력사상 처음으로 미제의 《강대성》의 신화를 깨뜨리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영웅조선의 청춘으로 살며 투쟁하는 긍지와 자부심이 한껏 어려있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김정일이 2011년 12월 17일에 죽고, 김정은이 집권한 첫 해인 2012년 7월 27일의 축하행사들은 김정은 우상화를 본격화했습니다. ‘전승절 경축 공훈국가합창단 음악회’에 대한 기사를 실은 <로동신문>은 먼저 행사를 소개하고, “대를 이어 누리는 수령복, 장군복을 가슴깊이 새기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전승의 환호성을 조국통일의 축포성으로 울려갈 천만군민의 한결같은 지향과 념원을 반영한 음악회는 관람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음악회는 조국해방전쟁시기 영웅전사들의 투쟁정신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결사옹위하며 주체혁명위업을 총대로 믿음직하게 수호할 우리 군대와 인민의 드팀없는 신념과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우상화(偶像化)는 2017년 까지 계속되어 왔습니다.

 

사전은 “침략(侵略.侵略)”을 “남의 나라에 처들어가 자주권을 짓밟으며 략탈을 하는 것. 무력침략, 경제적 침략, 사상문화적 침략과 같은 것이 있다. 침략과 략탈은 제국주의의 본성이며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침략군대”를 “=침략군/ 제국주의 침략군대는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과 략탈을 일삼고 인민을 살육하는 것을 본능으로 삼으며 소수의 착취계급을 위하여 복무하는 반인민적 군대이다.”라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어휘를 설명한 사전은 북한이 자랑하는 <조선말대사전 3>(223쪽 )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반대로 설명을 했는지 놀라울 뿐 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위 설명의 주인공임을 스스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은 남침을 인정하고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내년부터 남‧북한 모두 한국전쟁 정전일(Korean War Armistice Day)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1953년 7월 27일는 결코 남‧북한 모두의 ‘승리의 날’의 날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북한이 잘못을 사죄하고 6.25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모해야 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전협정 이후 남북주요일지-연합뉴스 자료.jpg
정전협정 이후 남북주요일지-연합뉴스 자료

 

2018년 7월 27일은 치열했던 3년간의 한국 전쟁을 종식한 군사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8년 오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로 시작하는 ‘6 25 노래’를 아는 젊은이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6.25 전쟁의 참상을 모릅니다. 그러니까 ‘정전 65주년 기념일’은 더 더욱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7월 27일을 “우리 인민의 제2의 해방날”인 “전승절(戰勝節)”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매년 이 날이 되면 ‘전쟁 승리 타령’을 합니다. 대부분의 남한 언론매체들은 ‘7월 27일’을 거의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은 “65년 유예된 평화…눈앞에 온 종전선언 [오늘 정전협정 65돌] 1953년 7월27일, 전쟁 멈춘 날”로 시작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7월 27일은 ‘정전협정일’이지 “전패절(戰敗節)이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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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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