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해당화(海棠花)폈던 명사십리(明沙十里)에 간 북한 수장(首長)

기사입력 2018.08.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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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광림(金光林/1929년~) 시인은 고향을 얘기하면서 ‘명사십리’와 ‘송도원’이 “남북한을 통틀어 이만큼 유명한 해수욕장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유년시절의 추억이지만, 모래 위에 피는 해당화 열매를 따먹기도 하고, 열매를 실로 꿰메 목에 걸면 훌륭한 목걸이가 되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에 송도원 해수욕장을 찾아든다면 ‘돈 사람으로 취급할지 모르지만’ 송도원의 겨울 산책만은 인적 끊긴 송림(松林) 사이를 무심코 거닐다가 지난 여름 백사장에 남긴 발자국에 눈이 덮히는 것을 보는 것도 감회가 야릇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원산은 함경남도의 도청 소재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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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도 원산시의 여러 모습.

 

일찍이 ‘해당화’와 ‘명사십리’를 노래한 시인 모윤숙(毛允淑/1909~1990)은 함경남도 원산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마루도 없는 부엌 한 칸, 방 두 칸짜리 초막집 부뚜막에서 밥을 짓던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산고(産苦)를 느끼고 그 자리에서 모윤숙을 낳았습니다. 모윤숙은 원산보통학교 2~3학년 때 자신의 이런 출생 일화를 소재로 「생일과 아궁이」를 비롯해 「해당화」·「명사십리」등의 시(詩)를 썼습니다. 시인은 명사십리, “해당화에 덮인 흰 모래밭>을 ”나는 지금 이 눈에서 멀고, 명주조개 찾으러, 물 잠그고 헤엄치던 물들아! 지금은 너무 아득한 저 하늘 밑, 알알이 미끄러져 날리던 모래에, 기대고 히살지으며 마음 부플던 시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원산이 북한 강원도 도(道) 소재지입니다. 우리 자료에는 “1946년 9월 함경남도에서 강원도로 편입되었고 도소재지도 철원에서 원산으로 옮겨졌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산시는 금강산의 사실상 관문으로서 금강산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된 국제적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어, 외래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는 지역이고,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북한의 최대 휴양지이고, 송도원에는 현대적인 대규모 위락시설을 갖춘 송도원유원지가 있으며, 송도원국제관광호텔이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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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북한 선전매체가 공개한 원산 야경

 

천연기념물로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93호로 지정된 명사십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나무‘원산튤립나무’, ‘원산칠엽나무’가 있습니다. 원산시 송천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원산튤립나무는 원산농업대학으로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 두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1923년에 심은 것으로 북한에서 여기밖에 없는 희귀종입니다. 월산칠엽나무도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 90년 가까이 자란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나무 역시 희귀종으로 천연기념물입니다. 그리고 원산에는 항구 동남쪽에 녀도(女島)라고도 불리는 려도(麗島)가 있고, 1771년(영조 47년)에 세워진 명적사(明寂寺)가 있습니다. 이것이 어제와 오늘의 원산입니다.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은 “강원도의 소재지. 도의 북부. 원산만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남동부는 안변군, 남서부는 법동군, 북서부는 문천시, 북동부는 조선 동해와 원산만과 면하고 있다. 동서(룡천리-영삼리) 길이 26km, 북남(송천동-칠봉리) 길이 18km, 면적 314.4㎢로서 도 면적의 2.83%, 그 가운데서 섬 면적 3.73㎢. 시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주체34(1945)년 9월을 비롯하여 여러차례 현지지도하신 불멸의 혁명사적이 깃들어 있다. 또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주체 36년 9월에 위대한 공산주의 혁명투사 김정숙동지와 함께 다녀 가시였으며 주체 54년 5월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신 유서 깊은 곳이다. 시의 개선광장과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상이 정중히 모셔 져 있으며 여러 곳에 혁명사적기념비들이 있다. 시에는 강원도<김일성동지 혁명사적관>이 있다. 또한 항일혁명투쟁시기의 혁명적구호나무들이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사전은 원산시를 소개하면서 서두에서 김일성 일가(一家)의 업적을 거론하고 있는데, 특히 ‘9월’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원산의 미래는? 북한 수장(首長)과 9월의 앞에서 해당화(海棠花)폈던 명사십리(明沙十里)에 간 이유가 김일성 일가의 업적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곧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9·9절이 다가옵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동지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 하시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의 경치 좋고 아름다운 해변가들에 문화 휴식터를 훌륭히 꾸려 인민들이 마음껏 향유하게 하려는 것은 당에서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사업이며 제일 하고 싶었던 사업 중의 하나"라며 "이제는 눈 앞에 현실로 바라보게 되었다...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 대전은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고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통신’은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어렵고 간고한 시기 이처럼 요란한 대규모 공사가 세계적 문명을 압도하며 결속되면 당과 군대와 인민의 일심단결 위력이 만천하에 다시 한번 과시될 것"이라며 "세상에 둘도 없는 해양공원을 건설하여 다음 해 10월 10일을 맞으며 인민들에게 선물하자"고 말했다고 전송했습니다.

 

그러면 김정은(金正恩)은? “1984. 1. 8, 북한 평양” 출생이고, 아버지 김정일의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김정일의 4번째 부인 고영희이며, 그녀의 차남으로, 김정일이 사망한 후 그를 이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스위스 베른 귀믈리겐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녔다는 것 외에는 성장기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2002~2007년 김일성군사종합대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항간(巷間)에서는 그가 원산 태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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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신문-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빗 속 원산 시찰 사진 공개. 2018.8.17.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는 7월 한 달에만 총 18차례에 걸쳐 현지지도에 나섰고, 8월에도 백두산·묘향산 등지를 계속 찾고 있습니다. 경제적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동시에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데, ‘9·9절’과 정상회담이 그의 가슴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2018년 8월 13일 북한의 요청으로 열린 고위급 회담의 의제는 남북정상회담였는네, 회담 결과, "9월 안에"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가 해당화(海棠花)폈던 명사십리(明沙十里)에 간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의 9월 행보(行步)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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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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