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 발행 금강산 관광안내도와 무지개 뜬 수정봉(水晶峯)

기사입력 2018.08.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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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개심대(開心臺) 고쳐 올라 중향성(衆香城) 바라보며/ 만이천봉 역력히 헤여나니/ 봉(峯)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지 말거나 깨끗커든 맑지 마나/ 저 기운 흩어 인걸(人傑)을 만들고저/ 형용도 그지없고 체세(體勢)도 하도할샤.”-정철(鄭澈) 관동별곡(關東別曲)./ 1580년 1월 강원도 관찰사로 원주에 부임한 조선 중기의 문신 송강(松江) 정철(1536~1593년)은 그해 3월에 관동팔경 즉 간성의 청간정, 강릉 경포대, 고성의 삼일포, 삼척 죽서루, 양양의 낙산사, 울진 망양정, 통천의 총석정, 평해 월송정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을 유람하고 ‘관동별곡’을 집필했습니다.

 

위의 ‘만이천봉’은 금강산의 상징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천하(天下) 절경(絶景)“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서적(書籍)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나 홍보 팸플릿(pamphlet)이 그 역할을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금강산국제관광특별구(金剛山國際觀光特別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속한 특구이고, 2002년 금강산 관광을 개방하면서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관광객들은 1998년 11월부터 금강산 관광이 허용되었고, 처음 금강산 관광은 크루즈를 이용해서 관광하는 것이었지만 이후에는 육로를 통해 금강산으로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7월 11일 발생했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2008년 7월 12일부터 대한민국에서의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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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수정봉과 김일성 부자

 

그때 필자는 그곳에 있었는데, 돌아오면서 대한민국 현대아산의 홍보물, 필자와 사망한 박왕자 씨가 머물렀던 금강패밀리비치호텔의 홍보 책자 “천혜의 절경! 금강산관광”,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송도원무역회사의 <금강산 관광안내도>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2차 상봉 둘째 날인 2018년 8월 25일 금강산 수정봉 언저리에 무지개가 떴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들 자료들을 꺼냈습니다. 여기서 북한 자료를 소개합니다.

 

<금강산 관광안내도>는 “세계적인 명산 금강산”이라고 전제하고 “오늘 금강산의 큰 바위들에는 로동당시대를 칭송하는 커다란 글들이 새겨져 명산의 장쾌함을 더해주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수많은 작가들과 미술가들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글이나 그림으로 묘사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말이 아니다...어버이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의 따뜻한 손길아래 우리 인민의 문화휴식터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는 해마다 수많은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이 찾아와 탐승의 나날”을 보낸다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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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수정봉 약도

 

그리고 ‘안내서’는 “원산-금강산 108Km/ 평양-원산 200Km"라고 하고, ”금강산→8Km→고성→42Km→통천→58Km→원산→86Km→신평휴식장소→14Km→곡산→60Km→상원→40Km→평양”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금강산 지도와 약도, 삼선암·귀면암·만물상·삼일포·립석·해만물상·총석정의아침·상팔담전설·구룡연저설·보덕암전설·사선기반면전설·명경대전설(“이바위는 거울처럼 생겼다. 이로부터 명경대라는 이름이 생겼다”)을 소개했습니다. 이미 북한은 2008년 ‘금강산-원산-평양’ 관광을 중요하게 판단했고, 김일성 부자(父子) 우상화를 노렸습니다. 그때는 ‘한심한 정책’이었지만, 이제 진정한 금강산관광 정책을 세워야 할 김정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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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발행 금강산 관광안내도 팜프릿.

여기서 8월 25일 무지개 떴던 수정봉(773m)을 찾아가 봅니다. 수정(水晶)이 많이 난다는 수정봉은 금강산의 도심(都心)인 외금강 온정동을 오가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봉우리로, 가장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바위산입니다. 남한의 현대아산 발행 <가슴에 남는 여행-금강산관광>에는 “수정봉 코스-수정봉은 온정리 서북쪽에 솟은 높이 773m의 봉우리. 이 봉우리는 특이한 절경을 갖춘 곳이며 오래 전부터 수정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왔으며 세존봉보다 등정소요시간이 짧지만 정상에서의 전망은 세존봉 못지 않아 인기가 높은 코스. 또한 비둘기바위에서부터 금강수정문에 이르는 철계단의 아찔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등산코스 하나만이라도 우선 개방하면 어떨까요?

 

수정봉 구역에는 설화도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천 명이 넘는 왜구들이 이곳으로 쳐들어와서 금강산 온정리 쪽으로 들어왔는데...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병장기도 없어서 밤을 틈타 이 지역의 백정봉(白鼎峯)으로 철수하면서 의병들을 운전강 좌우 언덕에 매복하여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노인 한 사람을 왜구들이 들어오는 길목에 배치하고는 왜구들이 쳐들어오는 기색이 보이자 강에 백토와 횟가루를 풀었습니다. 왜구들은 흰색 물이 흘러내려 오자 의병들이 배치해 놓은 노인을 불러 물었습니다. 노인은 왜구들에게 백정봉을 가리키며 천 명이 넘는 의병들이 지금 저 골짜기 안에 있는데 그들이 먹을 양식을 쌓은 노적가리이며 또한 계곡의 흰 물은 의병들이 밥을 지어 먹는 쌀뜨물이라고 하였습니다. 놀란 왜군들은 즉시 군대를 돌려 달아나 버렸다고 합니다.

 

8월 26일(일)은 수정봉 지역에서 멀지않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의 상봉 마지막 날! 25일처럼 무지개는 뜨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무지개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김정일 설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조선의 민속전통 7 구전문학과 민속공예》에 《백두산의 장군봉과 향도봉을 련결하는 쌍무지개가 아름답게 비끼였다》, 《정일봉상공에 이른 새벽 쌍무지개》, 《백두산상공에 세상에서 처음 보는 원형무지개가 솟았다》. 백두산과 정일봉 상공에서 일어난 번개와 우뢰, 아름다운 쌍무지개와 원형무지개를 목격한 그 순간 백두산지구 사람들은 누구나 이 전례 없는 신기한 현상에서 우리 혁명을 승리의 한길로 현명하게 령도하고 계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령장의 모습을 우러르게 되였으며 이 위대한 승리를 열렬히 축하하는 인민의 마음을 담은 천심의 반영으로 받아들이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김일성 부자의 그림이 있는 수정봉에 무지개가 떴다고 가짜 금강산 설화를 만들지는 않겠지요?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바보짓을 할 지도자는 아닐 겁니다. 금강산 바위에서 ”조국의 영광 민족의 자랑 김정일“이 지워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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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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