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보들레르의 <파리의 憂鬱>을 통해 본 ‘서울의 우울’

기사입력 2019.11.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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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의 저자인 샤를 보들레르(1855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오오! 가을의 끝 무렵 겨울, 진흙에 젖은 봅./ 졸음을 오게 하는 계절들이여! 나 그대들 좋아 기다리니/ 안개 서린 시의(屍衣)와 비 흐린 무덤으로/ 이 모양 내 마음과 머리 싸주는 그대들을! 오오! 우중충한 계절, 우리네 풍토의 여왕이여!”- 프랑스 최고의 시인(詩人)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의 <안개와 비>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惡의 꽃>, <파리의 憂鬱> 등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안개와 비’는 “가을의 끝 무렵 겨울”와 <파리의 우울>의 내면...보들레르는 <파리의 우울>을 통해 화려한 외양의 파리가 아니라 뒷골목과 변두리에 숨은 은밀하고 고독한 파리의 뒤안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도시를 묘사하기 위해 연옥, 지옥 같은 주제를 나열했는데, 그것은 알고 보면 ‘파리 사랑’이었습니다.

 

<파리의 우울>은 악(惡)의 화신으로 불리는 보들레르의 독창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는 산문시집입니다. 그는 ‘파리의 우울’을 서정적인 산문으로 그려냈는데, 스스로 자신의 글을 "리듬과 각운이 없으면서도 충분히 음악적이며, 영혼의 서정적 움직임과 상념의 물결침과 의식의 경련에 걸맞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면서 동시에 거친 시적 산문.”이라고 했습니다.

 

“공원에는 좌절된 야심, 불행한 발명가들, 이루지 못하고 만 영화, 상처 난 마음, 그리고 파란만장하고 폐쇄된 넋이 주로 찾아드는 산책로가 있다. 이들 내부에는 아직도 격동의 마지막 탄식이 노호하며, 그들은 방탕한 자들과 한가로운 자들의 오만불손한 시선에서 멀리 물러나 있다. 이 후미진 은신처는 인생의 불구자들의 집합소다.”-시(詩)의 시구(詩句)!


보들레르가 노래한 것은 도시 변두리 지역이나 공원의 오솔길, 외로운 구석, 고독한 방 등 외딴 곳이나 은밀한 장소입니다. 겉보기 화려한 파리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은밀하게 살아 있는 파리의 영혼과 파리의 뒤안길을 노래했습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비탄에 잠긴 시선으로, 서민의 삶을, 그들의 애환을 관찰함으로서 독자들은 책의 제목처럼 화려한 파리가 아닌 우울한 거리의 파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 ‘파리의 우울’은 19세기 입니다. 지금은 21세기! 지금은 아무리 유명한 시인이라도 보들레르가 될 수 없습니다. 시대가 크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뒤안길은 여전합니다.

 

누군가 밤과 낮은 생(生)과 사(死)와 같고, 봄·여름·가을·겨울은 사람의 일생과 같아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했습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인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가을의 끝 무렵 겨울’이 되면 ‘서울의 우울(憂鬱)’은 깊어만 갑니다. 파리보다는 더 많이 변한 서울은? ‘해방촌’이나 ‘판잣집’을 주제로 하는 시(詩)는 별로 없지만, ‘내면(內面)의 우울’이 도시를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18세기에서 21세기를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보들레르’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파리가 아름답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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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 표지.

 

1950년대, 6.25 전쟁 직후의 서울 해방촌을 배경으로 한 실향민(失鄕民)의 애환을 그린 소설 <오발탄>! 전후의 비참상과 일가족의 비극적 혼란상과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패배하는 양심적 인간의 비애를 담은 소설! 1959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오발탄>은 전후 월남 가족의 불행한 삶을 통해 50년대 전후 경제적 궁핍상과 구조적 모순을 형상화한 소설가이범선(李範宣/1920~1981)의 대표작입니다.

 

학촌(鶴村) 이범선! 어두운 사회의 단면과 무기력한 인간을 그려낸 그의 대표작으로 <오발탄> 등이 있습니다. 평안남도 안주군 신안주에서 출생했으며, 광복 후 월남하여 1952년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59년 <현대문학> 10월호에 단편소설 <오발탄>을 발표했고, 1962년에 한국외국어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후 소설 창작에 몰두했고, 1981년 뇌일혈로 사망,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용인공원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그와 필자는 외대(外大) 교직원으로 만났습니다. 필자는 불문학을 전공, 작가 중에서 보들레르를 사랑했습니다. 낭만주의의 부자연스러운 꾸밈을 거부하고, 대부분 내성적인 시 속에서 종교적 믿음 없이 신을 추구하는 탐구자로 모습을 그려낸 보들래르! 시집 <악의 꽃>은 근대시의 성전(聖典)처럼 되어 있는데, 근대 문명의 발달과 퇴폐로 말미암아 상처 입은 인간 영혼의 비통한 외침이었습니다. 필자는 사제지간이며 직장 동료였던 학촌(鶴村)에게서 보들래르의 ‘우울’을 느꼈었습니다. 큰 딸 이름을 ‘미리내’라고 지어준 학촌! 보고 싶습니다.

 

<오발탄>! 배경은 판자로 만든 집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골목..집 밖까지 새어 나오는 어머니의 “가자, 가자!” 소리는 암울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해방촌에서 벗어나 예전의 행복했던 고향으로 되돌아가자는 어머니의 염원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배경은 전쟁을 겪은 당대 사회의 비극적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배경이 ‘서울의 우울’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해방촌’은 이제 ‘수도(首都)의 우울’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난 시월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렸던 해방촌은 ‘우울’이 아니라 ‘활력’!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금 ‘서울의 우울’은 다른 곳입니다. 바로 ‘여의도의 우울’ 입니다.

 

가을의 끝 무렵 겨울, ‘여의도의 우울’은 ‘서울의 우울’이며 ‘대한민국의 우울’입니다. 그 중심에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1(여의도동)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회(國會)’가 있습니다. 한강 사이의 섬이었던 여의도는 지금 온 국민에게 우울병(憂鬱病)을 전염시키고 있습니다. 여의도를 ‘서울의 우울’이라고 하는 것은 ‘의원 나리들’ 때문입니다. 구태여 보들레르와 파리, 이범선과 해방촌을 들먹이지 않아도 여의도는 ‘지구촌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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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로 구성된 국민의 대표 기관, 국회의 오늘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다는 망상(妄想)을 해봅니다. 모두가 다음 총선(總選) ‘늪’에 빠져 있습니다. ‘총선 불출마’가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조용히 떠날 것이지 온갖 생색을 다내고, 자기 당을 싸잡아 비난하고..지역민의 의견은 듣고 출마 포기했는지도 알 수 없고..누구 하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다는 슬픈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우울’이 아닌 ‘활력(活力)’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활력’의 뜻을 모르시나요? ‘활력(活力)’ 영어로 ‘vitality·energy·vigor·energize·life force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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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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