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다시 쓰는 미나리 斷想과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受賞

기사입력 2021.04.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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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인사.

 

[청로 이용웅 칼럼-미나리에 대한 斷想과 배우 윤여정 조연의 韓國映畵]를 다시 씁니다// 필자가 유년시절에 집 근처에 있었던 미나리꽝(미나리를 심은 논/ 북한-미나리깡)에서 본 미나리는 푸른 색깔이 싱그럽고 향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외갓집 우물가에서 본 흰 미나리꽃은 참 예뻤습니다. 그리고 제2의 고향 마산의 경남대 가까이에서 쉽게 접했던 미나리밭은 인접한 밀양이나 부산도 유명했습니다. 특히 무학산 계곡의 맑은 물울 먹고 자란 미나리는 요새 말로 ‘무공해 청정채소’ 였습니다. 필자는 아직도 미나리를 잘 먹습니다. 그런데 이 채소가 영화 “미나리‘ 때문에 이제 지구촌이 약효 많은 채소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자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미나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만·일본·자바·인도 및 아시아 대륙에 걸쳐 분포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잘 모르는 채소입니다. 최근 접한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밭 미나리’ 방식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고 합니다. 밤에는 줄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채웠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물을 빼내는 일을 반복합니다. 농부의 세심한 관심 속에 자란 미나리는 속이 꽉 차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특유의 향긋함이 풍성해 어떠한 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있습니다. 이 미나리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돼 데치지 않고 생채로 먹을 수 있고, 영양소 파괴 없이 섭취할 수 있어 건강 증진, 즉 강장, 이뇨, 해열에 효능에도 도움이 된다고! 미국인, 유럽인은 모르는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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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미나리 – 배우 윤여정.

 

근채(芹菜)·수근(水芹)·수영(水英)이라고도 하는 우리나라 미나리! 고려와 조선시대 때는 한양 곳곳에 미나리가 넘쳤다고 합니다. 한치윤은 <해동역사>에서 성종 무렵 조선을 다녀간 명나라 사신 동월의 글을 인용해 “조선의 왕도인 한양과 개성에서는 집집마다 모두 연못에 미나리를 심어놓았다”고 기록했습니다. 사신으로 조선에 와 왕도인 한양과 송도를 둘러본 중국인의 눈에는 집집마다 연못에 미나리를 키우는 것이 무척 이국적이고 신기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미나리를 많이 키웠을까요?”

 

조선시대에 미나리는 주요 채소 중 하나였습니다. 예를 들어 동월이 사신으로 다녀간 성종 무렵은 배추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래서 무가 나오는 가을철이면 무김치를 많이 담갔지만 봄에는 미나리 김치를 많이 먹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무렵에 제사를 지낼 때는 미나리 김치를 두 번째로 진열해야 한다는 대목이 자주 보이는데 당시에 미나리 김치를 그만큼 많이 담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미나리를 많이 먹었으니 많이 키웠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나리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사대부들에게 미나리는 충성과 정성의 표상이고 학문의 상징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생원 진사 시험에 합격해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채근(采芹)이라고 했는데, ‘미나리를 뜯는다[采芹]’는 뜻의 이 말은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키운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러니 사대부 집안에서는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집집마다 연못에 미나리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왜 미니라가 인재 양성의 상징이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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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포스터.

 

<시경>에 “반수(泮水)에서 미나리를 뜯는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뽑아 학생으로 삼았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미나리를 뜯는다’는 말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의미가 됐는데 동시에 생원, 진사 시험에 합격해 성균관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는 뜻으로도 쓰였습니다. <청구영언>에 나오는 옛 시조에서도 미나리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데 “겨울날 따스한 볕을 님 계신 곳에 비추고자/ 봄 미나리 살찐 맛을 임에게 드리고자/ 임이야 무엇이 없으랴마는 못다 드리어 안타까워하노라”라고 했습니다.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을 때나 간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처갓집 가는 목적이 오직 미나리를 먹으러 간다는 의미로 들리지만 핵심은 봄 미나리가 그만큼 맛있다는 뜻입니다. 설날과 입춘이 지나면 아직 몸으로 느껴지는 날씨는 한겨울이지만 이미 봄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데, 미나리는 이때 먹는 것이 최고라고 합니다. 아직 날씨가 풀리기 전 얼음 구멍을 뚫고 캐낸 봄 미나리야말로 진짜 별미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상 미나리에 대한 斷想!

 

한국의 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배우 최초의 快擧라고들 합니다. 2021년 4월 25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열연을 펼친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합을 벌인 가운데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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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Jung Youn [Oscars] Winner Interview-Oscars 2021.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번 영화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정이삭 감독은 이미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감독입니다. 이 영화는 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담당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왔고, 윤여정이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지구촌이 환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이 집중 조명을 했습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피력하면서, 시상식장의 ‘대단한’ 영화인들을 압도했습니다.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데뷔작인 영화 <화녀>를 연출한 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스승에 대해 경의를 표한 찬사이며,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미국 아카데미에 알린 말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시상식에서 찬사를 보낸 마틴 스콜세지에 대한 경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한국여배우의 우수성과 열정, 순수함을 보여준 일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고의 수상 소감이었다”며 “메마른 시상식에서 그녀는 신의 선물이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필자도 경의를 표하며 수상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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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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