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용사 꿈과 희망을 안겨주자

기사입력 2010.12.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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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오후 2시, 느닷없이 방공 사이렌이 울렸다.

워낙 잦은 민방위훈련에 익숙해 있던 시민들은 대부분 그러려니 했지만 이 상황은 훈련이 아니었다.

중공 민항기가 무장 괴한들에 의해 납치돼 불시착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는 난생 처음‘두 개의 중국’을 피부로 느꼈다.

 승객들의 송환이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줘창런을 비롯한 여섯 납치범을 어디로 보낼지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중국은“범죄자 인도”를, 대만은“정치적 망명”을 주장하고, 고심하던 한국 정부는 이들을 1년간 구속수감한 뒤 대만으로 추방했다.

대만 정부는 이들을‘6의사’라고 부르며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세월이 흘러 사건이 잊혀져 갈 무렵, 왕년의 영웅들이 대만에서 살인사건으로 법정에 섰다는 보도가 신문 한 구석에 단신으로 등장했다.

민항기 납치의 주범이었던 줘창런과 장홍쥔 등이 1991년 한 부동산업자를 납치 살해한 혐으로 체포된 것이다.

이들은 대만 돈 50만 위안의 몸값을 뜯어낸 뒤 인질을 살해하고 시체를 야산에 버렸다.

에드워드 미콜러스와 수전 시먼스의 연구서‘테러리즘. 1992~95’에 따르면 줘창런 등은 전형적인 적응 실패자였다.

 사업 실패로 거액의 포상금을 모두 날린 이들은 문제의 부동산업자에게도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이“대만의 불합리한 사회 제도에 맞선 의거”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2001년 사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은‘귀순자’에 대한 대만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남한 거주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었다.

자유를 찾아 남하한‘귀순 용사’가 영웅이 되던 시절은 이미 지났어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발간된‘2010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98.5%는 북한에서‘이것도 인간의 삶인가’하는 비참한 심경으로 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중 54.4%가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굳이 한반도의 미래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한 핏줄의 동포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탈북자들의 적응과 생존을 돕는 노력은 좀 더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 정권의 억압과 주민의 굶주림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증인이다.

탈북자 한 명이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척을 10명이라고만 계산해도 최소한 북한 주민 20만 명이 탈북자들의 영향권 안에 든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정책을 펴도 대다수 북녘 동포가 김정일 정권의 선전이 새빨간 날조임을 모두 알게 되는 시기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의 교류를 통해 남한의 발전상을 전하고 지옥 같은 북한의 삶을 깨닫게 하는 전령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탈북자가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면 김정일 정권이 아무리 강고해도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다.

탈북자 이인복 씨는 풍선으로 전단을 북한 주민에게 남쪽의 소식과 김정일 정권의 죄악상을 알리고 있다.

탈북자를 통한 남북한의 소통은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소중한 발걸음이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자도 많지만 상당수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 고용률은 41.9%로 남한 전체 평균 59.3%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과 기업의 편견도 탈북자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 모두가 탈북자들을‘우리 이웃’으로 인식하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의 탈북자 정책도 정착을 지원하는 소극적 대책에서‘통일을 준비하는 세력’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탈북자들은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사회 통합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독 출신이다.

우리도 메르켈처럼 통일 후 한국을 위해 기여하는 북한 출신 인재를 기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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