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소클라테스의 아내와 조강지처(糟糠之妻)에 대하여!

기사입력 2021.11.24 18:03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요즘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언론 매체을 보면, 대선 후보, 그것도 여당과 야당 대선 후보들의 ‘말말말’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옛날 소크라테스가 생각날까요?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BC469~BC399)는 공처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그보다는 그의 부인이 떠오른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집니다. 제자들 앞에서 항아리로 물세례를 받을 정도로 수모를 당한 소크라테스는 “양처를 가지면 행복을 얻고 악처를 가지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하지만 크산티페가 악처의 오명을 뒤집어쓴 데 대한 동정론도 있습니다. 아테네 거리를 맨발로 돌아다닐 만큼 가난했던 소크라테스는 경제적으론 가정을 책임질 수 없는 무능력자였으니 바가지를 긁은 크산티페만 나무랄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jpg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말이 많고 성미가 고약했습니다. 사람들은 묻기를 “왜 그런 악처와 같이 사느냐”고 하니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마술에 뛰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난폭한 말만 골라서 타지. 난폭한 말을 익숙히 다루면 딴 말을 탈 때 매우 수월하니까 말이야. 내가 그 여자의 성격을 참고 견디어 낸다면 천하에 다루기 어려운 사람은 없겠지.”라고. 또 한번은 부인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어떻게 견디느냐고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소크라테스는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도 귀에 익으면 괴로울 거야 없지”라고 대답하며 웃더랍니다.


크산티페 얘기를 하다 보니, ‘조강지처(糟糠之妻)’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조강지처는 중국 (후한서) <송홍전(宋弘傳)>에 나오는 말로, 원말은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 不下堂) 빈천지교 불가망(貧賤之交 不可忘)”입니다.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술지게미 조(糟)자에 겨 강(糠)자를 쓰는데, 이는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라는 뜻입니다.

 

중국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일이었습니다. 건원(建元) 2년 당시 감찰(監察)을 맡아보던 대사공(大司空:御史大夫) 송홍(宋弘)은 온후한 성품에 심성이 착했으며 성격은 강직한 인물이었습니다. 본시 송홍은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었는데, 탁월한 식견과 위엄 있는 풍채로 광무제의 신임을 얻어 마침내 '대사공(大司空)'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어느날 광무제는 홀로 미망인이 된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안타까워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그 의중을 떠보았습니다. 그러자 호양공주는 당당한 풍채와 덕성을 지닌 송홍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 광무제는 과부인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놓고 송홍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흔히들 부유해지면 가난할 때의 아내를 버린다고 하던데 이는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라고. 그러자 송홍은 ”폐하! 신은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 不下堂]'이니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 라고 들었사온데 이는 인간의 기본 도리가 아닐런지요?“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와 호양공주는 크게 실망하였으나 그 인물 됨됨이에 광무제는 더 크게 등용하였으며 호양공주는 그 후에도 송홍을 많이 흡모하며 존경했다고 합니다.

 

조강지처-이미지-사진.jpg
조강지처 이미지

 

그런데 옛날 조선시대 때는 조강지처라 할지라도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저지르면 소박을 주어 내쫏았다 하는데, 그 칠거지악은 [1.不純舅姑(불순구고)=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을 경우/ 2.無子(무자)=아들을 못낳을 경우/ 3.淫行(음행)=행실이 음탕할 경우/ 4.嫉妬(질투)=질투하는 경우/ 5.惡疾(악질)=나쁜 병이 있는 경우/ 6.口舌(구설)=말이 많은 경우/ 7.竊盜(절도)=도둑질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습니다. 칠거지악을 저지른 조강지처라 하더라도 아래 3가지에 해당될 경우에는 ‘삼불거(三不去)’[1.有所取無所歸不去(유소취무소귀불거)=쫓아냈을 때 오갈곳이 없는 경우/ 2.與共更三年喪不去(여공경삼년상불거)=시부모 삼년상을 함께 치른 경우/ 3.前貧賤後富貴不去(전빈천후부귀불거)=시집와서 재산을 많이 불린 경우]라 해서, 쫓아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아내들이 존재합니다. 그들 중에는 악처(惡妻)도 있고 현모양처(賢母良妻)도 있고 보통 여자들도 있습니다. 또 남편을 도와 훌륭한 일을 한 여성들도 많습니다. 파브로프(Pavlov/1849~1936)는 조건반사(條件反射)의 현상을 발견한 소련의 생리학자입니다. 그는 연구하던 중 이것을 발견했는데, 그 연구를 계속하는 데는 개를 사용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집에는 많은 개를 기르고 있었고, 그 사육을 아내가 맡아 했습니다. 개를 시험 도구로 쓰기 위해서는 늘 만족한 상태에 놓아두어야 하고 자잘한 신경까지 써야 하는데 파브로프의 아내는 살림을 하는 한편 개를 잘 보살펴서 그의 실험이 순조롭게 되어 가도록 했습니다. 이 연구로 그는 55세 때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제5대 대통령 먼로(Monroe/1758~1831)의 부인 마디슨 부인은 언동이 우아하고 사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 부인이 나타나는 사교장에는 언제나 화사한 웃음과 고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용한 미소 가운데도 굳은 의지의 흐름이 이 부인의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1814년 영국과 미국의 전쟁 당시 영국의 대군이 매릴랜드에 상륙하여 워싱턴을 향해 진격해 왔을 때 정부는 할 수 없이 버지니아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때도 부인은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지는 속에 대통령 관저에 남아 대통령으로 부터 오는 연락을 기다렸다고 하며, 관저를 떠날 때는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하인에게 주며 ”이것을 잘 보관하고 만약 영국군에게 빼앗기게 되면 태워 버리도록 하시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대선-후보-이재명-김혜경-부부.jpg
대선 후보 이재명 김혜경 부부

 

대선-후보-윤석열-김건희-부부.jpg
대선 후보 윤석열 김건희 부부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의 대선(大選) 이재명·윤석열 후보들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국운(國運)을 건 전쟁의 총사령관들에 대해 국들은 예리한 눈으로 시험대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아내들을 심판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성서 <잠언>에 ”치욕을 당하게 하는 아내는 남편의 뱃속에 생기는 부패물과 같은 것이다.(She that wake the ashamed is as rottenness in his bones.)“라고! 두 후보 부인들이 남편을 잘 보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진짜 위하는 사람이기를 빌어봅니다.

 

이용웅.jpg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