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 도연명

기사입력 2022.08.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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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봄에 피어나는 벚꽃은 수많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고/ 밤이면 흰 눈처럼 환하게 밝힙니다./ 그러나 벚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길게는 일주일,/ 이마저도 새벽에 비라도 내리면 금방 땅에/ 떨어지고 꽃은 져버립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의 때는 우리의 삶 속에서 흰 벚꽃처럼 / 아름답고 순수한 순간입니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내야 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나면/ 엄청난 후회가 따릅니다./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간은/ 아마도 20대 청춘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청춘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때 그럴걸”이라고/ 후회하곤 합니다./ 존재만으로도 찬란한 시기,/ 더 뜨겁게 사랑하고 배우며 힘쓰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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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Tao Yenming)

 

어느 시인의 노래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입니다. 시인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중국 도연명의 노래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한 번뿐이다./ 좋은 때에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도 함께 했습니다.// 도연명(陶淵明)/ 출생 : 365년 // 사망 : 427년! 동진, 유송 대의 시인으로 당나라 이후 남북조 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습니다. 동진 시대 지방 하급 관리로 관직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일평생 은둔하며 시를 지었습니다. 술의 성인으로 불리며, 전원시인의 최고봉으로 꼽힙니다. 대표작으로는〈오류선생전〉,〈도화원기〉,〈귀거래사〉등이 있습니다. 필자가 그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 <귀거래사〉병풍과 함께 했었기 때문입니다. 


[도연명은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은둔자, 전원시인의 최고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陶潛(도잠/365~427): 동진. 송대의 시인. 강서성 심양 출신. 자는 연명(淵明) 또는 원량(元亮).시호는 정절(靖節)/ 문집으로는 [정절선생 문집] 10권 等] 


歸去來辭 [돌아가자꾸나!/ 歸去來兮 귀거래혜/ 전원이 거칠어지려 하니/ 田園長蕪 전원장무/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胡不歸 호불귀/ 이미 스스로 마음이 먹고사는 데에만 매였으니/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어찌 근심하며 홀로 슬퍼만 하겠는가?/ 奚惆愴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이미 지나간 것은 바로잡지 못함을 깨달았고/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나중에 오는 것은 고쳐 갈 수 있음을 알았도다/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실로 길을 잃었으나 그것이 아직 멀지는 않았으니/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오늘이 옳고 어제가 잘못됨을 깨달았도다/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떠오르고/ 舟搖搖以輕颺 주요요이경양/ 바람은 한들들 옷자락을 날리도다/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길 가는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니/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새벽빛 희미하게 저무는 것이 한스럽도다/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이윽고 누추한 집을 바라보고// 어찌 마음대로 가고 머무는 대로 맡기지 않겠는가?/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무엇 때문에 서둘러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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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중국의 대표적 시인

 

胡爲遑遑欲何之 호위황황욕하지/ 부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요/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임금 계신 서울이야 기대할 수 없어라/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좋은 시절이라 생각되면 외로이 가기도 하고/ 懷良晨以孤往 제량신이고왕/ 혹은 지팡이를 꽂아 두고 김매고 북돋워 주리라/ 或植杖而耘耔 혹식장이운자/ 동녘 언덕에 올라서 조용히 읊조리고/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맑은 물에 이르러서 시를 짓노라/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얼마간 변화에 따라 다함으로 돌아가리니/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저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樂夫天命復奚疑] 


365년 강서성 심양(潯陽)에서 태어난 그는 본명이 잠(潛), 자가 원량(元亮) 또는 연명(淵明)!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은거에 대한 염원을 밝혔습니다. 그는 작품 서문에서 시집간 여동생의 죽음으로 관직을 버린다고 했지만,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려고 하는데 어찌 아니 돌아갈쏘냐(歸去來兮 田園將蕪 胡不歸).”라는 문구로 은둔을 선언했습니다. 〈귀거래사〉는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장에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관직 생활을 그만두고 귀향하게 된 동기와 상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장에는 집으로 돌아온 후 비록 비좁은 공간이지만 벼슬살이를 할 때처럼 마음 쓸 일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술도 마시고 정원도 산책하는 등의 생활이 그려져 있습니다. 세 번째 장은 혼탁한 관직 생활에 다시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고 거문고와 독서를 즐기는 외에, 농사도 지으며 가끔 수레를 타고 산길을 달리거나 배를 저어 깊은 계곡을 찾아가는 등 전원생활에 대한 감흥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장은 짧은 인생의 여정에서 벼슬을 하거나 그만두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어차피 신선이 되지 못할 바에는 가끔 밭에 나가 김매고, 언덕에 올라 크게 노래 부르고, 맑은 물가에 나가 시를 읊는 등 자연에 순응하며 하늘의 뜻에 따라 소박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낙향(落鄕)한 도연명은 이후 20여 년간 손수 농사를 지으며 산수와 시와 술을 벗 삼아 전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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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귀거래사(歸去來辭)

 

도연명이 은둔 생활을 시작할 무렵 동진 왕조는 멸망의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동진 시대의 혼란은 훨씬 전인 4세기 중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347년에는 명제의 사위인 환온(桓溫)이 반란을 일으켰고, 402년에는 손은이 오두미도 교단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환온의 아들 환현(桓玄)이 반란 진압을 핑계로 제위에 올랐으나 장군 유유가 이 두 난을 진압하고 420년에 남조 송나라를 세웠다. 도연명이 은둔한 지 15년이 지난 해였습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 도연명은 339자(字)의 “귀거래사”에서 “얼마간 변화에 따라 다함으로 돌아가리니/ 저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라고 했습니다. 필자가 폭염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귀거래사”를 다시 읽은 것은 지난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필자의 삶이 ‘나그네 세상’? 우리 남은 삶은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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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명예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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