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하는 칭찬 주인공

기사입력 2011.01.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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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온정의 손길이 예년 같지 않은 모양이다.

사회복지시설에 기부자의 발길이 줄어들고, 구세군 자선냄비도 초라해 보인다.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데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일부 모금기관의 성금 유통 비리로 기부 분위기가 가라앉은 탓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주위엔 기부와 봉사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기부 봉사자 150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을 도우려는 보통 사람들이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김희영(54)씨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아들은 뇌종양을 앓는 딱한 형편인데도 2002년부터 매달 소액 기부를 하고 있다.

30여 년간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한 김철수(59)씨는 6년째 정기 기부와 함께 노숙인 무료급식 배식 자원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택시기사 김형권(64)씨는 하루 매출의 1%를 모아 기부하고, 치킨집 주인 강성자(44)씨는 닭 한 마리를 팔 때마다 500원씩을 따로 떼어 월드비전에 보낸다.

 꼭 많은 재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나마 나누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의 숭고한 나눔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눔과 기부에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동참은 꼭 필요하다.

사회 지도층도 참여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20여년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강상태씨는 월 40여만원을 받는 국민연금 가운데 5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했다.

 30년간 소방공무원 생활을 마친 최정근 씨도“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며 매달 3만원씩 3년간 기부하기로 했다.

 연금은 평생 일하면서 매달 일정 금액씩 적립했거나 사회와 국가를 위해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 노후에 받는 돈이다.

 그걸 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위해 내놓으려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노인 복지는 1차적으로 국가가 책임질 일이다.

 그러나 국가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 황금자(87) 할머니는 17년째 서울 강서구 11평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30년 만의 추위에 방바닥은 발이 시리는 냉골인데도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 안에서도 두꺼운 점퍼로 버틴다.

 황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종군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 136만원과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생계비 36만원을 받는다.

 가족이 없는 할머니는 하루 세 끼 식사를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집 근처 무료 급식시설에서 때우며, 받는 돈 가운데 아파트 임대료 7만원, 전기·가스·수도료 3만원 안팎, 용돈 등 한 달 25만원 가량을 제하곤 모두 통장에 넣어 왔다.

작년까지는 폐지를 모아 팔아 보탰으나 올해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

황 할머니는 이렇게 모은 3000만원을 올해도 어려운 대학생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강서구청에 내놓았다.

2006년 처음 4000만원을 내놓고 2008년 3000만원을 내놓은 데 이어 세 번째다.

모두 해 1억원이다. 함경도 태생인 황 할머니는 13세 무렵 일본 순사에게 붙들려 흥남 유리공장에 가 일하다가 3년 후 다시 간도 지방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광복 후에는 그 때문에 망가진 건강으로 늘 병을 달고 살아야 했고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일본군이 손을 군화발로 짓이겨 할머니의 손가락 마디마디는 뒤틀리고 뭉개져 성한 게 없다.

황 할머니는“나는 나라 잃은 백성으로 불행하게 살았지만 젊은 학생들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 할머니의 평범하지만 간절한 이 소망이 그가 버텨낸 세월이 얼마나 가혹한 세월이었나를 들려주는 듯하다.

황 할머니가 냉골방에서 버티며 3년째 내놓은 기부는 기부 가운데서도 가장 값진 기부다!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께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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