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비명소리 농부는 피눈물

기사입력 2011.01.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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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는 지구상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은 포유류다.

가축으로 길들여진 것은 8000년 전이다.

우리 한우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계통으로 중국의 옌볜한우, 일본‘와규’와 같은 뿌리라고 한다.

삼국시기는 신라 지중왕이 밭갈이를 권하며 비로소‘일소’가 됐다고 전한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재산목록 1호다.

유치진은 연극‘소’에서 그 비중을 보여준다. 소작인 국서네의 유일한 재산이자 생계 수단이요, 장남의 장가 밑천이자 차남의 창업비용이다. 그런 소가 끌려가면서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런 소이기에 조선시대엔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도록 우적을 둔다.

뿔 모양, 털 색깔, 가마 위치를 기록한 우적대장은 1990년대까지도 면사무소의 주요 장부였다. 한우는 황우가 대표적이지만 흑우와 백우도 있다.

엄마 닮은 얼룩송아지나 시인 정지용의‘향수’에서 게으른 울음을 우는 얼룩빼기 황소 모두 칡소다.

얼룩무늬가 호랑이와 비슷해 호반모로도 불린다.

 일제강점기 누렁이 단종화에 사라졌다가 최근 복원돼 울릉도에 400여 마리가 사육 중이다.

흑우는 제주 특산이다.

 송정원 일기는 인조 13년 제주 국가방목장에 보호 사육하도록 청하는 계가 기록돼 있다.

경운기의 등장으로 일거리를 잃은 한우는 먹을거리로 재조명된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영국과 프랑스인은 쇠고기를 35개, 동아프리카 보다족은 51개 부위로 나누는데 한국인은 120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현재 시판 쇠고기도 부위별 명찰이 39개다.

갈비도 본갈비·꽃갈비·참갈비·갈빗살·마구리·토시살·안창살·제비추리로 8가지나 된다.

최근에는‘브랜드 한우’다. 사료와 거세 시기, 비육방식 차이로 저마다 최고 육질을 내세운다.

 미국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나 자신을 소의 입장에 놓는다는 것은, 소가죽을 쓴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소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폐아로 태어난 그는 장애를 극복하면서 동물행동학을 공부했다.

자폐인이기에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이 동물을 이해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소의 심장 박동이 분당 50번에서 70번으로 늘어나는데 자폐아도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랜딘은‘인도적 도축’을 주장한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2개로 갈라진 동물에게 발병하는 가축전염병이다.

 폐사율이 5~55%에 이르고 일단 발병하면 치료약도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가축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아시아 20개국, 아프리카 17개국, 유럽과 남미 각 1개국에서 발생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가‘위험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도 이들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온 축산농가 종사자들에게 묻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은 구제역 발생 직후 초등 대응을 소홀히 했다. 출입국 관리당국은 구제역 위험국가를 방문한 축산 관계자들에게 검역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구제역 전염 예방책을 강화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작년 6월 국회에 발의됐으나 여야 정쟁 틈바구니에 묻혀 있다.

축산인들은 해외여행 때 자주 찾는 중국과 동남아가 구제역빈발 지역인데도 경각심이 부족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을 다녀온 관계자 2만 6000명 중 9400명은 입국 시 검역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결국 이번 구제역 사태는 정부 지자체 정치권 축산인의 무신경이 키운 것이다.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은 안보처럼 철저한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방역을 위한 기본대책을 재수렴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는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치권도 말로만‘민생’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가축법 개정안부터 통과시킬 일이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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