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 나경택칼럼]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기사입력 2014.05.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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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 확인은 천막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기서 부모가 이 시신이 자기 자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거기가 지옥이다.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비와 어미의 발걸음을 내가 걷는다고 상상한다. 생각만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 천막 속에는 끝없는 암흑이 있다.

그 무서운 어둠 속에 영혼을 잃은 자식이 누워 있다. 사랑이 빛을 잃고 절망으로 바뀌어 거기에 누워 있다. 단테는 지옥문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했다.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영원한 비통으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길 잃은 이들에게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 … 나는 영원할지니. 내가 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문으로 들어서는 아비 어미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내게 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는 것은 희망을 버리면 지금 이곳이 바로 지옥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비 어미에게 지금 이 세상 모든 것이 지옥이다.

숨 쉬는 것, 먹는 것이 지옥이다. 숨 쉬는 것, 먹는 것이 지옥이다.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은 “그래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저주스러웠다.”고 했다. 천막 속에서 아비 어미는 목놓아 운다. 그 울음을 들은 사람들은 “어떤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고 한다. 울음이 아니라 절규다. 희망을 버리고 지옥문 앞에 선 아비 어미가 애타게 신(神)을 붙잡는 소리다. 인간이 절망의 벼랑에서 신을 찾을 때 내는 소리는 비명이다. 천막 속 비명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온 세상의 아비 어미 모두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족들이 있는 강당 앞에는 시신 인상착의를 알리는 대형 스크린이 있다. ‘여성, 키 168, 윗니 금보철, 오른 귀 피어싱, 2009. 8. 15라고 적힌 목걸이….’ 한 어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걸음을 떼지 못한다. 발만 구른다. “어떻게 해, 어떻게 봐.” 다른 가족이 부축해 지옥문과도 같은 천막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끔찍한 일이 100번을 넘겼다. ‘내 새끼 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생각하려 해도… 엄마는…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해야 해. 꼭 또 만나자.’ 한 어머니가 쓴 쪽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1948년 건국 이래 세월호는 비극성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고다. 사망자 수로 보면 삼풍백화점(501명)이 최악이다. 배 사고도 1950~70년대 300명 이상 사망한 사례들이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가 가장 비극적인 건 ‘고등학생들’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충격이다. 이런 비극성이 진도를 삼키고 있다. 팽목항에서 가장 처절한 소리는 자식의 시신을 맞이하는 엄마의 통곡이다. 이곳에서 가장 처연한 모습은 어느 엄마다. 바다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바위처럼 앉아 있다. 외신기자가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은 세계인에게 세월호의 어처구니없는 비극성을 전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죽이는 기성세대…. 진도 체육관에서 가장 잔인한 물건은 시신 설명서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는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는 다르다. 아이들은 약하고 순진하다. 그래서 공동체가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 같은 배라도 수학여행단이 타면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 한 번 더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몰아야 한다. 평상시엔 안 했어도 ‘학생이니까’ 하고 대처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같은 리조트도 학생들이 오면 한 번 더 챙겨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사회의 허점들을 스스로 고치고 보완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도 자연재해이건 인적 사고이건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언제나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재해 · 사고가 국가와 국민에게 최소한의 피해만 끼치고 수습될 수 있게 하려면 평소 감춰져 있던 안전 취약 요인들을 하루빨리 드러내 꾸준히 수술해둬야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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