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혁명 독재의 종착역

기사입력 2011.03.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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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동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CA7 항공사 소속 전세기편으로 김포 국제공항을 떠나 하와이로 망명의 길을 떠났다.”1860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이 쓸쓸히 망명길에 오르자 신문은 호외를 냈다.

이승만은“지금 내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겠소. 다 이해해주고 그대로 떠나게 해주오.”라고만 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아무 말도…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부부의 짐은 보스턴백 4개, 양산 2개, 10년 쓴 라이터 1개, 지팡이 1개 뿐이었다.

망명을 뜻하는 영어 asylum은 고대 그리스에 asylia에서 왔다.

 아테네의 테세우스 신전은 주인에게 학대받은 노예에게 피신처를 제공했다.

주인이 그 노예를 다른 사람에게 팔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중세 서양에선 노예가 교회로 도망쳐오면 주인이 성경에 손을 얹고 잔혹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돌려줬다.

서양 지성사는 망명 지식인의 역사다. 데카르트는 네달란드로, 볼테르는 영국으로, 홉스는 프랑스로 망명했다.

 마르크스는 망명지 런던에서‘자본론’을 썼다.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파리는 망명자의 천국이었다.

레닌·하이네·쇼팽을 받아들였다. 정치인은 망명을 해도 천수를 누리기 힘들었다.

트로츠키는 멕시코에서 살해됐고, 김옥균은 홍종우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은 뒤 시신이 송환돼 능지처참을 당했다.

소모사 전 니카라과 대통령도 망명지에서 암살당했다.

1945년 동유럽 공산화는 왕족 망명 사태를 일으켰다.

 시메온 2세 불가리아 국왕은 55년 동안 스페인에서 망명생활을 했다가 2001년 조국으로 돌아왔다.

루마니아 국왕도 194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차우셰스쿠 정권이 민중봉기로 무너지자 1992년 귀국 허락을 받았고, 5년 뒤 시민권도 회복됐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보름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궁지에 몰렸다.

독일 정부가 건강검진하러 오라며‘명예로운 망명’을 제안했다고 한다.

 23년 동안 독재권력을 휘둘렀다가 시민 혁명으로 쫓겨난 벤 말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칠 때 746억 원어치 금괴를 빼돌렸다.

리비아의 철권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전투기를 동원해 시위대에 공습을 가하고 지상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 용병을 투입해 시위자를 색출해 사살하고 있다.

 자국민 시위대를 전투기로 폭격하는 진압은 현대문명사에서 전후무후한 국가 범죄다. 일부 공군 조종사들이 공격 명령에 불복해 비행기를 몰고 인근 국가로 망명하고 외국 용병의 만행을 지켜보다 못한 리비아 군인들이 반발해 이탈하고 있다.

카타피는 국영 TV에 나와“순교자로 죽을지언정”운운하며 하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성을 잃은 독재자가 최후의 순간까지 버틴다면 리비아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가 카타피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방관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의 만행을 규탄하는 언론발표문을 내놓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리비아 상공에‘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을 포함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 총알 한 방까지 다 쏘겠다’는 식의 시위 진압이 성공하면 세계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카타피 일족은 리비아 사태를 부족 간 내전 구도로 몰아가려 한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의 시위 사태는 장기간의 억압적 통치체제에 대한 불만이 불평등과 부패, 빈곤과 실업, 물가고 등 사회·경제적 문제와 만나 줄폭탄 터지듯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브를 통해‘모이자’는 사발통문이 신속하게 확산되고,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인터넷 단속과 페이스북, 트위터 차단에도 불구하고 정부 통제가 쉽지 않은 현상을 보여준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사의 흐름은 김정일 독재도 결국 시한부임을 일깨워준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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