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조 조직이기주의

기사입력 2011.03.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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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생 974명 중 500여명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예정자 중 원장 추천을 받은 사람을 검사로 우선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반발, 사법연수원 입소식 참가를 거부하고 연수원 기숙사 앞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생은 2년간 연수를 마치면 판사·검사·변호사로 진출하는 예비 법조인들이다.‘예비’라는 글자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이 사회의 법질서를 지키고 바로잡는 데 앞장을 서야할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예비 법조인으로서의 첫 출발을 자신의 불만을 법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집단행동으로 풀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사법연수원생들은 연수 생활 2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니 자신들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을 알면서도 법을 어기는 것은 법을 몰라 법을 어기는 것보다 몇배 죄가 무겁다. 자신들이 나중에 판사나 검사가 되면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를 이런 원칙에 따라 처벌할 것이다.

 한 연수원생은“불의에 항의하는 것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원생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불의라고 인정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어떤 사건이나 사태가 불의냐 아니냐는 국가가 그 판단을 위임하고 있는 법원이나 특정 국가기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 소동은 새로 도입된 로스쿨이 사법연수원과 공존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인력 배분 문제에 대한 제도가 불비한 탓이 크다.

 로스쿨 졸업생의 판·검사 임용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부는 로스쿨 성적 우수자 중 추천을 받아 검사를 선발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법원도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우수 인력을 법률연구원(로클릭)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입도선매’식으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검사의 경우,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2명씩만 특채한다고 해도 연간 200여명대의 검사 임용 대상자 가운데 50여명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불이익을 받게 될 사법연수원생은 반발하고 있다.

 수수방관하다가는 우수 인력을 법원과 검찰에 다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 속에 변호사단체들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법조인 충원 문제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접근해선 분란만 키울 뿐이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법조 3륜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초인 2006년 지방법원을 순시하며“사법부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존립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도“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법관의 양심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안 되고 보편타당성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국민이 감동하는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판사의 판결은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고 보편타당성과도 거리가 멀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정치적 이념적 편향 판결을 포함해 헌법정신과 국민의 법 감정,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은 결코 비판의 성역일 수 없다.

재판과 판결은 판사의 영역이지만 사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다.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 정의와 불의를 바꾸려는 부당한 외압과, 판결 결과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헌법정신의 존중과‘유전무죄 무전유죄’근절을 요구하는 국민의 정당한 소리를 과감히 받아들여 신뢰를 쌓기보다는‘사법부 독립 저해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독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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