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03.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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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프랑스 파리 어느 카페에서 세계 최초로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기술학교를 나와 활동사진 특허를 딴 뤼미에르 형제가 가진 행사였다.

 상영회에선 생활 모습을 찍은 단편 영화 10편을 틀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역사에 남긴 파장은 크고 길었다.

사진가 아들로 태어난 형제는 풍부한 과학 지식과 열띤 탐구심으로 뭉쳐 영화라는 새 장르를 탄생시켰다.

미국 코언 형제는 10대 때 8mm 카메라로 단편영화를 찍은 이래 지금껏 각색과 연출을 함께해 왔다. 지난 25년 부조화와 난센스로 점철된 블랙코미디를 발표하며 악동에서 거장으로 우뚝 섰다.

칸 영화제에서만 대상 한 차례, 감독상을 세 차례 받았다. 상업영화의 아성 아카데미에서도 2008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작품·감독·각색상을 거머쥐었다.

형제는‘머리가 돌인 한 명의 감독’으로 불린다.

 배우가 두 사람을 따로 만나 같은 질문을 해도 답이 늘 똑같다고 한다. 가상과 현실이 뒤엉킨 SF‘매트릭스’를 연출한 위쇼스키 형제도 비슷하게 자랐다.

 형제는 만화책과 판타지‘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영화를 향한 꿈을 키웠다.

행위예술과 과학교육으로 이름난 시카고 휘트니고를 함께 다니며 연극반과 방송반에서 활약했다. 만화책 작가였던 형제는 1999년 만화적 상상력을 담은‘매트릭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박찬욱은‘올드보이’로 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세계적 감독이다.

그의 두 살 아래 동생 박찬경은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설치미술가다.

계룡산 민족 종교의 흥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은 다큐를 만들며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디어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박찬욱은 지난해 KT로부터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어 보자는 제안을 받자 동생부터 떠올랐다.

 형이 배우 연기 지도와 연출을, 동생이 아이디어 스케치와 시각효과를 나눠 맡았다.

박찬욱·찬경 형제가 합작한 30분짜리 단편‘파란만장’은 주장에서 상영됐다.

스마트폰 영화의 세계 첫 극장 개봉이었다. 더 나아가‘파란만장’은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부분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장·단편을 통틀어 한국 영화가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의 영화인답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값진 상과를 이룩한 것이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양효주 감독의 졸업작품‘부서진 밤’이 단편 부분 2위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받은 것도 이에 못지않은 쾌거다.

우리는 양씨와 동문인 젊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와 병고에 시달리다 월셋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가슴 아픈 사연을 아직 잊지 못한다.

역경을 견디며 영화를 비롯한 예술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최소한의 여건이라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수익은 늘어났으나 영화 관객 수는 2005년 이후 최저였다.

그러나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과 IPTV 같은 다른 감상 수단의 보급 확대를 감안하면 비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파란만장’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대기업(KT)의 제작비 후원, 영상·조명을 보강하는 부가장비 사용 등의 이점을 누렸다지만 아마추어·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편집한 작품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젊은 영화인들의‘꿈’과‘끼’와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지난해 신규 방송채널사업자들이 확정됨으로써 영상물 제작·공급·소비를 둘러싼 국내 환경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창의력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의 작품이 국내외로 쭉쭉 뻗어나가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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