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국민의 생명 위협 대형 참사

기사입력 2018.01.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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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30년 이상 된 얘기다. 사건 취재를 하던 시설인데 서울 후암동 어느 업소에서 불이 나 여럿이 죽었다.

현장 소방관 얘기를 들으니 죽은 사람들이 출입구에서 2~3m 떨어진 곳에 몰려 있었다. 정신만 차렸으면 살 수 있었을 목숨들이었다.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우레탄품이 탈 때는 유대인 학살 때 썼다는 염화수소 독가스가 나온다. 한 모금만 마시면 해머로 몸통을 치는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세천 참사 희생자들도 대부분 유독가스에 숨졌다. 스포츠센터 2층 여탕에 갇혔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119에 구조 요청을 했던 녹취록이 공개됐다. 차마 읽어내려 갈 수 없었다. 어떤 이는 “빨리”라는 말을 79차례 외쳤다. “빨리요 빨리”, “사람 다 죽어 빨리 빨리”, “창문열어. 2층이야 2층”이라고도 했다. “숨 못 쉬어”, “나 살아야 돼. 아저씨 빨리 살려줘”라는 울부짖음도 있었다.

그걸 듣고 119 상황실은 현장 소방관들에게 무전으로 “빨리 2층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로도 “2층 여탕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5차례 119로 접수됐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20명이 숨졌다. 알려진 것과 달리 2층 사망자중 11명은 여탕 자동 출입문 밖에서 발견됐다. 문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화염과 유독가스에 막힌 것이다. 30여 년 전 봤던 화재 현장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먼저 탈출한 사람들은 “2층에 여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외치고 다녔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우왕좌왕했다. 2층 유리창을 깬 것은 현장 출동 43분 지나서였다.

숨진 장모씨는 먼저 바깥으로 나간 남편과 2층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17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그 통화 내용은 어땠을까! 소방관은 맨 처음 6명이 도착했는데 3명은 가스통에 매달렸다. 구조 전문 인력은 뒤늦게 도착했다. 소방관들은 제천에서 제일 높은 상업용 건물이라는 스포츠센터 건물 도면을 갖고 있지 않았다. 119 신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목격자·탈출자들 얘기도 흘려들었던 것이다.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미비, 불법주차에 따른 소방차 충돌 지연, 비상구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부각된다.

당장 영화관에 목욕탕 등 다중 이용시설에 들어가서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면 과태료가 부가되지만, 유사시 비상구가 유일한 생명줄이고 그런 사태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비상구는 벽일 수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소방점검을 한다지만 그때뿐이다. 제천 화재에서 사다리차의 인명 구조가 30분 이상 늦어진 것은 현장의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이었다. 불법 주차로 꽉막힌 상황에선 긴급 견인도 쉽지 않다. ‘잠깐이면 되겠지’하는 불법 주차가 자칮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화재시 미국은 긴급 견인에 따른 차량 훼손은 보상 책임이 없지만 우리는 현장 소방관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머뭇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주정차특별금지구역 지정 등 관련 법안은 지난해부터 3건이나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화재의 참사 건물주의 아들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보유자였다. 소방관련법에 따르면 소방시설 관리업체가 아닌 개인도 자격증만 있으면 점검이 가능하다.

이번 화재현장 조사 결과 경보·소화·피난 3대 화재설비가 모두 먹통인 스포츠센터가 방치된 것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소방점검에 있다. 안전은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대형 사고가 나면 종합대책은 중앙정부가 발표하고 집행은 일선 기관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해서는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할 뿐이다. 무엇보다 비상구와 소방도로는 확보됐는지, 소화기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기본부터 챙기는 것이 반복되는 대형 참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길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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