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 ‘조선인민군창건일’과 2018년 2월 8일 “2.8절(건군절)”

기사입력 2018.02.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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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최근 대한민국의 한 언론매체는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북한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10만 명 이상이 동원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민간 위성을 통해 포착된 북한 당국의 열병식 준비 장면에 대규모의 주민들이 동원된 모습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前) 통일부 장관이 “옆집 잔치(올림픽) 가기 전날 자기네 칠순잔치(열병식) 하고 오는 셈인데,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말이 본(本) 칼럼의 집필 이유입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2월 8일로 옮긴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서 과거를 되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한 고(故) 김정일의 시대인 2009년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북한 <로동신문>의 2월 상순(上旬)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2월 7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기와 공화국기가 펄펄 휘날리고 《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를 비롯한 구호들이 나붙어있는 대련합부대에는 수령결사옹위의 열풍이 세차게 굽이치고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외 ‘조선인민군창건일’ 관련 기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4월 25일의 <로동신문> 기사는 “(평양 4월 24일발 조선중앙통신) 조선인민군창건 77돐경축 중앙보고대회가 24일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되였다...보고자는 주체21(1932)년 4월 25일 창건된 조선인민혁명군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하여 건설된 주체형의 첫 혁명적 무장력이였으며 선진적인 로동자, 농민, 애국청년들로 조직되고 인민의 리익을 위하여 투쟁하는 진정한 인민의 군대였다고...조선인민혁명군이 창건됨으로써 우리 혁명의 강력한 주력군이 탄생하고 무장투쟁을 주류로 하여 반일민족해방운동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힘있게 전진시켜 나갈수 있게 되였으며 바로 이때부터 총대로 개척되고 승리하며 전진해나가는 우리 혁명의 새 력사가 시작”되었다고 기술했습니다.
2018년 1월 23일 자(字) 로동신문의 “2.8절(건군절)

같은 날 <로동신문>은 ‘사설’에서 “우리 조국은 선군의 기치 밑 우리는 영웅적 조선인민군창건 77돐을 뜻 깊게 맞이하고 있다...우리 당의 선군정치, 선군혁명 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상징하는 격동적인 사변들이 펼쳐진 력사적 시기에 건군절을 맞이하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더없는 긍지이며 자랑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주체21(193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하신 것은 우리 혁명무력건설과 민족의 운명개척에서 근본적인 의의를 가지는 획기적 사변...뜻깊은 건군절을 맞는 우리의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이라고 썼습니다.
신문은 여기서 “건군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북한 KOREA 2005년 5월호의 조선인민군 관련 사진
북한의 <KOREA>(2005년 5월호)는 김정일의 사진과 함께 “조선인민군 창건 75돐경축 열병식 성대히 진행”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를 열병광장의 단상에 모시고 기세충천하여 발구름 소리를 높여가는 전체 열병대원들의 얼굴마다에는 선군의 총대를 억세게 틀어잡고...”라고 하고, 김정일이 '선군절에 즈음하여 김일성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이제 김일성이 “1932년 4월 25일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문학령도사(1)>를 보면, "1932년 4월 25일에 조선인민의 혁명적 상비무력인 반일인민유격대가 창건되고 두만강 연안 일대에 유격근거지가 창설되였으며 일제 침략자를 때려부수고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이룩하기 위한 영웅적인 항일혁명투쟁이 맹렬하게 전개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의 ”불후의 고전적명작 <조선인민혁명군>은 1934년 3월 장성강화된 반일인민유격대를 조선인민혁명군으로 개편하는 것을 계기로 창작 발표“되었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KOREA>(2005년 5월호)는 '조선로동당(The Workers' Party of Korea)'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제목은 “The review of servicemen of the Korean People's Army which developed into the regular revolutionary armed forces in Febrary Juche 37(1948)" 입니다. 이 기사는 아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결정“의 자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23일 <로동신문>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결정 :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의의있게 기념할 데 대하여. 주체 37(1948)년 2월 8일은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시켜 조선인민군의 탄생을 선포한 력사적인 날이다./ 1.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키신 주체 37(1948)년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대한 수령님께서 첫 혁명적 무장력을 창설하신 주체21(1932)년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할 것이다./ 2. 2월 8일을 2.8절(건군절)로 할 것이다./ 3. 각급 당 조직들은 해마다 2월 8일을 계기로 인민군군인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정규적 혁명무력 건설업적을 깊이 체득시키기 위한 정치사상 교양사업의 다채로운 행사들을 의의있게 조직할 것이다./ 4. 내각을 비롯한 해당기관들은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의의있게 기념하기 위한 실무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주체 107(2018)년 1월 22일.” 
조선인민군 창건 75돐 경축 열병식 사진

북한이 2월 8일을 2.8절(건군절)로 ‘결정’한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평창올림픽 직전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분명 정치적인 속셈이 있습니다. 한 일간지는 “평창 전날 열병식 비수 뽑아든 北의 노림수”라고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절대로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2월 8일로 옮긴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지만, 북한의 속셈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옆집 잔치(올림픽) 가기 전날 자기네 칠순잔치(열병식)”라고 한 지도자의 발언은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누구 할 것 없이 지도자는 경거망동(輕擧妄動)하거나 망언(妄言)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가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누군가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북한 ‘건군절’과 무관(無關)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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