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울리는 고리대부업

기사입력 2011.09.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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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업과 르네상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십자군 원정(1096~1270)은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번영을 가져왔다.

이곳의 메디치 가문은 전쟁 통에 동방에서 가져온 비단과 잡화를 팔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들은 교권과 왕권 사이를 오가며 여러 사업권을 따냈다.

그중에서도 가문을 일으켜 세운 게 은행업이다.

 당시 가톨릭에서는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악시했다.

따가운 눈총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들은 번 돈으로 여기저기 교회를 지었다.

교회 건축물을 장식할 미술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 금융업은 미국과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지만 시작은 이탈리아였다.

은행(bank)이라는 단어도 의자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banco에서 왔다. 당시 은행에서 눈에 보이는 거라곤 의자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을 융통해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금융업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슬람교가 이자를 금하고 있으며, 성경에도 그런 구절이 있다.

 “이자를 위하여 돈을 빌려주지 말고”(구약 레위기 25:37),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돈을 꿔주라”(신약 누가복음 6:35)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 묘사돼 있듯 중세 유럽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은 모두 지옥 갈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이나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의 전당포 노파도 증오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부자가 자선을 베풀지는 못할망정 돈놀이를 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경제가 굴러갈 수 없었다.

 이자 금지를 피하는 수단들이 개발돼 나온 이유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도 율법이 금하는 이자를 다른 식으로 보상받는 장치다. 경제학에서 이자는 돈값이다.

남의 돈을 빌려 쓰는 대가다.

 현재 국내 제도권 금융의 최고 이자는 대부업체의 연 44%.

 지난달 여야 의원들이 이걸 30%로 낮추려다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와 의회는 39%로 합의를 보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자율을 급격히 낮추면 대부업체들이 돈을 사채시장에서 굴리기 때문에 서민들이 더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대부업체에서 비싼 이자로 대출받은 대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자연 제때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40개 대부업체를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 돈을 빌린 대학생은 지난 6월 말 현재 47945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7% 증가했다.

 대출 총액은 795억원으로 40% 늘었다.

이 가운데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로 분류된 대출금은 118억원으로 77% 불어났다.

 연체율이 14.9%(1년 새 3.1%포인트 상승)인데, 이는 대부업체의 다른 대출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대부업체 돈이라도 조금만 연체하면 개인신용정보평가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20073785명에서 20081250, 200922142, 201026000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부업계에 공문을 보내 대학생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주문했다.

이와 함께 보증인이 아닌데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빚 상환을 독촉하는 것과 같은 불법 추심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대학생들이 빚을 지는 주요 요인은 비싼 등록금 때문으로 보인다.

개중에는 다단계 판매에 엮여 빚을 지기 시작한 것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대부업체들이 대학생을 상대로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다.

학생증과 주민등록등본 한 통만 제출하면 즉석에서 급전을 빌려주는 초고금리 돈장사를 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최근 회사원보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대학생이나 전업주부를 상대로 대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끝내 돈을 못 갚는 대학생은 신용불량자로 전락,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낙오자가 되거나 인생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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